장애인의 날 예심하우스를 가다, 2003년 설립…직업재활 도와
전직원 30여명 숙련된 손놀림…젓가락·쇼핑백 등 제조·판매
작년 매출 3억2000만원 달해, 장애인에 일자리는 삶의 이유
정당한 노동 대가 받을수있길

“장애를 넘어 일도 배울 수 있고 꿈도 키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꿈을 키우는 장애인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 있다. 2003년 ‘땀 흘리는 장애인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는 비전으로 설립된 서원구 분평동 소재 사회복지법인 ‘예심하우스’다.

▲ 지난 19일 방문한 청주 예심하우스 이용자들이 2층 작업실에서 쇼핑백을 제작하고 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이곳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직업재활훈련을 도와 지역 내 기업과 연계해 취약계층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서류·면접전형을 거쳐 선발된 전직원 30명(지적장애 24명, 지체·뇌병변 2명, 발달장애 4명) 모두가 장애를 지니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예심하우스의 1층 하청 인가공 작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손과 눈동자가 보일러 배관에 쓰이는 이음새 자재를 조립하느라 쉼없이 분주했다.

침묵이 흐를정도로 집중력을 보이는 작업장에 갑작스레 웃음소리가 터졌다. 작업장 한켠 박민지(24·지적 1급) 씨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작업하며 동료와 아이돌과 관련된 수다를 떨고 있다. 유독 크게 웃다가 사회복지사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영락없는 20대 여성의 수다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어릴때부터 가수의 꿈을 가졌지만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남들과의 차이를 인정한 박 씨는 부모의 권유로 예심하우스로 왔다. 그는 “다른 직장도 알아보고 다녀봤지만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며 “나와 같은 어려움을 지닌 동료들과 수다를 떨면서 작업하는게 즐겁다”고 말했다.

2층에 위치한 쇼핑백 제작 작업장은 오가는 말 한마디 없이 긴장감이 흐르던 1층 작업장과 달리 활력이 넘쳤다. 쇼핑백 용지 접착부터 구멍을 뚫어 손잡이 끈을 만드는 과정까지 8단계에 이르는 공정은 난이도가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작업자들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쇼핑백을 만들고 있었다. 지적장애인이지만 일반인들보다 집중력이 뛰어났다.

▲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소재 예심하우스 전경.
이곳에서 만난 채혜라(22·지적장애 3급) 씨는 이곳이 첫 직장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 환경근로직으로 취업했지만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이곳으로 입사했다. 현재 자존감을 회복중인 그는 앞으로 이곳에서 일을 배우며 ‘장학지원 사업’을 통해 사회복지사가 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채 씨는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해 근로하기가 힘들었다”라며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는 급여 수준을 떠나 생활의 원동력인 만큼 차별적 대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예심하우스의 일과는 오전 8시 50분부터 직원간의 인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낮 12시부터 한시간의 점심시간과 간식시간 30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가량을 일하고 있었다. 젓가락·쇼핑백·티슈·김·쌀과자 등을 제조·판매하는 예심하우스는 지난해 3억 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을 만큼 생산효율이 높다. 해마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 시설확장과 함께 장애인 고용 수도 늘릴만큼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행자 시설장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장애인에 일자리는 삶의 이유”라며 “연간 4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만나는 장애인 작업자들은 봉사자들과의 관계에서 사회성도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더 많이 생겨 더 많은 장애인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 안정된 직장을 다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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