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미 충북도 식의약안전과 주무관

작년 말, 가족과 함께 미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 라스베가스 공연관람을 위해 건물로 들어서는데 반가운 로고 하나를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짜리 로고가 있는 식당이었다. '미쉐린'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아마도 도로변에서 자주 본 타이어 광고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세계적 권위의 여행정보지를 만드는 회사로 더 유명하다.

특히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 할 식당을 선정하는 '미쉐린 가이드'의 별점 부여방식은 정평이 나 있다. 손님으로 가장한 평가요원이 시식을 한 후 1~3개의 별점을 부여하는데, 그중 별 3개를 얻은 식당은 요리가 너무나 훌륭해서 그 맛을 보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 하여 세계 최고 맛집으로 꼽히기도 한다. 처음엔 무료였지만 현재는 2만~3만원의 가격으로 매년 백만부 이상 판매된다고 하니 가히 그 명성은 대단하다.

충북에서는 2013년부터 '밥맛 좋은집'을 지정하고 있다. 밥맛과 조리기술 등을 평가해 지정하는데, 지역 대표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맛좋은 쌀과 깨끗한 물을 이용해 지은 밥을 인증한다는 발상 자체는 누가 봐도 기발하다 할 것이다. 식약처에서도 작년 5월부터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추진중이다. 90여개의 지표로 위생수준을 평가하는데, 소비자들에게 음식점 선택권도 주고 식중독도 예방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처럼, 음식점 인증제도는 음식의 맛이나 위생적인 면이 정말로 탁월하여 소비자들이 그 업소를 많이 찾게 되고 그것이 영업주 개인의 명예는 물론 매출상승 요인이 된다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서로 인증을 받겠다고 할 것이다.

작년 말, 한국을 대표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이 발표 되었을 때 서울 유수의 특급호텔들은 이 별점을 받기 위해 종갓집 종부나 스타 셰프들까지 경쟁적으로 모시면서 준비를 했다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밥맛 좋은집' 인증을 받기 위해 문의가 오긴 하지만 레시피 개발이나 시설투자 등의 적극성은 많아 보이지 않으며, '음식점 위생등급제'도 복잡한 지표 때문에 공무원들이 업소를 찾아가 제도의 당위성을 역설해 가며 신청을 유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쉐린 가이드'의 명성을 좇아 지역의 인증음식점을 활성화시키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리 녹록치가 않다. '밥맛 좋은집'은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든다. 전국 각지의 인증음식점들이 그러하듯 짧은 기간 동안 지차체와 외식업 단체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목표달성은 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내실을 기해야 할 때다. 지난해 말, 인증음식점 가치제고를 위해 경영마인드와 친절 등의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영업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는데 여기에 더하여 올해부터는 우수사례 공유나 충북만의 독창적인 음식개발 등 컨설팅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다변화할 예정이다.

또한, 많은 관광객들이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맛집 정보를 인지하기 때문에 블로그, 페이스북 등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와 함께 지역 관광코스와의 연계, 외국어 메뉴판이나 입식식탁 설치 등 종합적이고 체계화된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업주 개개인의 맛과 위생에 대한 철저한 자기관리와 지자체의 체계적 지원이 함께 한다면 우리 지역 음식점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인증을 받기 위해 애쓰는 그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짜리 음식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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