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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아닌, 현재의 시민인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4월 23일 월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04월 22일 17시 26분
박미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지난해부터 한참 농구에 빠져 머릿속이 온통 농구로 가득 차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막내가 주말 밥상머리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농구공을 사달라고 한다. 평일 하교 후와 주말에도 자신의 학교에는 농구대가 없다며 투덜거리다가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는 옆 초등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농구를 즐기고 땀에 흠뻑 젖어서 들어오기 다반사였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날인 어린이날을 새 농구공을 살 기회로 우리 아이도 놓칠 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제정한 데서 유래됐다. ‘어린이’란 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창안해서 처음 사용했으며, ‘어른’에 대한 대칭어로 쓰여 온 ‘아이’란 말 대신 ‘어린 사람’이라는 뜻과 함께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이’ 용어의 창시자인 방정환 선생이 주도한 색동회는 1923년 5월 1일 기념행사를 개최하면서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당시 1923년 기념행사에서 배포된 글 중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럽게 하여 주시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어린이날에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당시 ‘어린이’ 잡지 창간호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도 같은 어린 입술로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 그것은 그대로 자연의 소리이며 그대로 한울의 소리입니다.’ 이렇듯 새와 같고 꽃과 같은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2017 세계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156개국 중 57위에 머물렀고 지난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으로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22개국 중 가장 낮았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의 정도를 OECD 평균(100점)과 비교해 점수화 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성적이나 집안의 경제 수준보다는 부모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성적이나 경제수준과 관계없이 행복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같은 성적일 경우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47.7%가 삶에 만족했지만, 아버지와 관계가 좋은 경우 75.6%가 삶에 만족한다고 느꼈다. 경제수준이 높은 경우에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49%만 삶에 만족 해 했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으면 81%가 만족감을 표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5명당 1명꼴로 자살 충동을 경험한 바 있을 정도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반해 성적이나 경제 수준보다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경우 자살 충동 위험집단에 속할 확률이 훨씬 낮았다.

어린이는 미래의 시민이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시민이며, 어린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낮게 만드는 근본 원인은 어린이의 인권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이 무시된 채 모든 어린이들에게 적용되는 공부에 대한 비정상적인 압박은 어떤 경로로든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가게 만든다.

방정환 선생의 말처럼 ‘비둘기와 같이, 토끼와 같이 부드러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뛰노는 게 ‘어린이’다. 어른들의 잣대로 성공이나 행복을 판단해서 어린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이제는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는 어린이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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