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심 청주시 상당보건소장

멀리 있어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행복보다는 가까이에서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무얼까? 찬란한 햇살과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씩씩하게 인사하는 이웃집 아이, 갓 구워낸 맛있는 빵 냄새, 막 돋아나는 햇살에 비친 여리한 나무잎, 개나리, 진달래, 매화꽃 등 여기저기 피어 있는 예쁜 봄꽃 들, 휴일날 청소 마친 후 마시는 따끈한 커피 한잔 등 거창하지 않지만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 생각해보니 많다.

최근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아름다운 시골풍경, 정성스럽게 만든 따뜻한 음식 등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느껴지는 포근함이 영화를 보는 이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한다.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던 주인공 혜원은 시험에 떨어진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텅 비어있던 집의 자물쇠를 열고 배가 고파 주방을 뒤져보니 약간의 쌀이 남아있다.

갓 지은 따끈한 쌀밥 한 그릇과 펄펄 끓는 물에 된장 풀어 숭덩숭덩 썬 배추와 송송송 썰은 파를 곁들인 뜨끈뜨끈한 맑은 배추 시래기국 한 사발 들이키고 포만감에 미소 짓는다.

삼사일만 지내다가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말은 했지만 겨울이 지나 이듬해 봄, 여름, 가을이 지나도록 토마토 농사를 짓고, 저녁이면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는다. 감 따서 한 알 한 알 정성껏 껍질을 까 곶감을 꿰어 널고, 토실토실 잘 익은 가을 밤 주워 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상사의 상습적인 막말에 서울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내려와 부모님을 도우며 농사를 짓는 친구 재하와 상경을 꿈꾸는 친구 은숙이와 함께 김치 부침개를 안주로 직접 빚은 막걸리를 마시며 사회에서 겪은 서로의 아픔을 공감한다. 탈출구 없어 보이는 현실에 지친 취업준비생 혜원은 직접 농작물을 키워 맛있게 먹고, 마음껏 웃고, 느리게 걸으며 아픔을 서서히 치유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지난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유행어였다면 올해의 신조어는 소확행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 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나온 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첫 음절을 땄다. 작가는 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 쓸 때,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잇는 속옷을 볼 때 등 특별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2017 한국의 사회지표를 발표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 행복감에 대한 인식은 전년보다 0.1점 상승하고 걱정근심, 우울감에 대한 인식은 전년보다 0.2점, 0.1점 감소했다. 주관적 삶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인정하는 놀라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 삶의 만족도, 행복감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행복은 전염된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구체적인 연구결과도 재미있다. 내 친구가 행복할 경우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은 15% 증가하고,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10%,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때도 내가 행복해질 확률이 6% 늘어난다. 내가 행복하면 주변이 행복해지고, 반대로 주변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나만의 소확행을 찾아 하나씩 느껴보며 나 자신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계속하자. 사회 전체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나 스스로 행복 바이러스가 되자. 자신의 소확행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느끼며 그 행복감으로 꽉 찬 하루하루 보내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런 것이 건강 해지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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