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공간이 행복을 만든다>
공주 신월초 잉여공간, 예술·문화공간 구성… 학생만의 쉼 카페도 조성
보령 대천서중 학습공동체실, 댄스실 탈바꿈… 체육관 플로어 컬링도
당진 상록초 ‘기린 생태체험숲’… 체험시설 만들어 아이들 놀 권리 보장

공간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에 영향을 준다. 또 집중력, 창의력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넓게는 인성과 품행,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학계에 등장한 신경건축학은 특정 공간이 인간의 인지·사고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사회적·과학적 인식이 이 같이 변화된 가운데 충남교육청은 획일적으로 구성된 공간에선 학생들이 참된 휴식을 갖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민선 6기부터 쉼의 가치에 주목해 오면서 ‘쉼(,)이 있는 행복놀이’ 정책을 추진하게 됐고, 이제는 쉼을 현실화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충남교육청은 오랜 기간 쉼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은 결과 ‘공간이 행복을 만든다’란 비전을 품고 도내 학교 60곳에서 행복 공간을 통해 학생들의 참된 휴식과 이를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 당진 상록초등학교 학생들이 기린 생태체험숲에서 오름대를 오르고 있다. 상록초 제공
◆공주 신월초등학교 “골칫거리 잉여공간을 예술로”


공주시 신관동에 위치한 신월초등학교는 별다른 활용 방안이 없었던 잉여공간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신월초는 개교 16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학교로 건물 역시 4층 규모의 현대식 구조지만 활용하지 못한 남는 공간이 많아 골칫거리였다. 학교 내부의 층별 연결복도와 외곽 중앙공간 등에 지나치게 사장된 공간이 많았고 외부에도 자연생태를 관찰하거나 탐구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학교를 썰렁하게 보이게 했고 일각에서는 급변하는 교육사조를 환경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올해 교육과정 편성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실과 실내·외 환경 개선을 원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월초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행복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 학교에 예술·문화공간으로 구성키로 했다. 우선 휑하게 방치됐던 넓은 도복도의 벽면을 새롭게 단장하고 실내 조경과 파라솔테이블 세트 등을 마련해 학생들의 쉼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던 자전거보관소에는 ‘학생만의 쉼 카페’를 조성한다. 이와 함께 썰렁함을 돋보이게 했던 교내·외 옹벽엔 벽화를 그리고 현관 우측의 넓은 공터에는 생태연못과 물레방아, 솟대, 코믹장승을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신월초의 행복 공간 내 사진과 시화, 벽화, 학습소산물 상시 갤러리, 예술존, 조형물 등의 디자인과 세부적인 구성은 학생들의 손에서 맡겨질 예정이다. 신월초는 교내 공간을 자연친화적이며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학생들의 정서와 문화예술성,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월초 재학 중인 한 학생(13)은 “새 학기에 들어 없었던 것들이 보이고 조금씩 학교가 달라져 가는 모습이 보인다”며 “선생님 말씀대로 아름다운 환경이 생각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하루 빨리 학교가 도심 속 생태놀이터로 바뀌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보령 대천서중학교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플로어컬링을 하고 있다. 대천서중 제공
◆보령 대천서중학교 “선생님, 춤추고 싶어요”


보령시 신흑동에 위치한 대천서중학교는 학생들의 염원을 담아 댄스실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천서중에는 그동안 댄스부가 없어 수년째 학생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지난해 학생들의 수요조사 결과에서도 운영을 희망하는 방과 후 활동 부서 등에 댄스부가 1순위로 선정될 정도였다. 대천서중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활용도가 낮았던 학습공동체실을 댄스실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학습공동체실의 바닥을 새로 깔고 대형 거울과 모니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신발과 물품을 넣을 사물함도 설치할 계획이다. 대천서중은 댄스실이 완성되면 격주로 운영되는 월요일 6~7교시 동아리 활동과 매주 목요일 7~8교시 방과 후 활동 시간에 댄스 강사를 초청해 댄스부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댄스실에서는 자유학년제 예술·체육활동의 스포츠 댄스와 요가 수업도 진행된다.

이 뿐만 아니라 대천서중은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깜짝 인기종목으로 부상한 컬링을 참고해 복도와 체육관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플로어 컬링’도 도입했다. 바퀴가 달린 스톤을 이용한 플로어 컬링은 평범했던 복도를 스포츠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대천서중은 매주 금요일 1교시 스포츠 활동 시간에 플로어 컬링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친목을 쌓으며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서로 단합하고 경쟁하면서 협동심과 단결력은 물론, 공정한 스포츠 정신과 의사소통 능력도 기르고 있다. 대천서중 교육가족들은 학생들의 숙원을 풀게 된 댄스실과 플로어 컬링을 도입하면서 시끌벅적해진 복도가 학생들의 진정한 행복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플로어 컬링을 시작하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댄스실 조성에도 큰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신설된 댄스부 소속 3학년 오해름 학생은 “제 꿈은 댄스 트레이너”라며 “댄스실에 조성되며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 당진 상록초등학교 학생들이 기린 생태체험숲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상록초 제공
◆당진 상록초 “더 완벽한 생태놀이 공간으로”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에 위치한 상록초등학교는 지난해 조성한 ‘기린 생태체험숲’을 행복 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더 완벽한 생태공간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기존의 생태숲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가 배경이 됐다. 앞서 상록초의 교육가족들은 ‘놀이는 아이들의 밥’이란 생각을 기초로 학생들의 ‘놀 권리’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당시 생태체험숲의 자리에는 명상숲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놀기에는 적합한 공간이 아니었다. 결국 상록초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자 갖가지 민속놀이 기구와 나무자전거, 기린 가족 목마, 징검다리, 통나무 오름대, 나무 그네, 움막, 외줄타기, 토끼장 등 20여 가지 체험시설을 손수 만들어왔다. 비록 자체 예산으로 규모도 작았지만 상록초 교직원들의 이 같은 활동은 생태체험숲의 기린 가족을 학교의 랜드마크로 불리게 할 만큼 결실을 맺었다. 현재 상록초는 갖가지 시설들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안전관리와 교육 등을 통해 재미와 안정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행복 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비단잉어와 수초 등을 기르게 될 생태연못, 모래 놀이터가 더해지면서 기린 생태체험숲은 학생들에게 놀이공원 못지 않은 놀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상록초는 생태체험숲에서 ‘행복한 중간놀이 시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체험숲 내에 ‘불다룸터’를 마련해 화재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불다룸터에서 학생들이 직접 가래떡을 구워을 수 있는 ‘가래떡 먹는 날’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생태체험숲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록초에 재학 중인 한길(5학년) 학생은 “학교에 여러 가지 놀이 시설이 있어서 남부럽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졸업한 뒤에도 숲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 당진 상록초등학교 기린 생태체험숲. 상록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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