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는 한국 문화사의 위인 중 위인"…컬러 도판 280여 점 수록

유홍준이 전기문학으로 다시 쓴 '추사 김정희'

"추사는 한국 문화사의 위인 중 위인"…컬러 도판 280여 점 수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8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출간 간담회에서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 '완당평전' 개정판을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02년에 출판사 학고재가 간행한 3권짜리 '완당평전'은 미술사학자인 유 교수가 1998년 '조선시대 화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계간지 '역사비평'에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책이다.

'완당평전'이 출간되면서 추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유 교수는 학계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고문헌 연구가인 박철상 박사는 '완당평전'을 분석한 결과 오류 200여 개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에 유 교수는 '완당평전'을 절판하고, 2006년 분량을 3분의 1 정도로 줄인 전기 '김정희'를 새롭게 내놨다. 하지만 이 책도 수명이 길지 않았다. 추사와 관련된 다양한 사료가 끊임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신간 '추사 김정희'는 유 교수가 12년 만에 선보이는 '김정희' 개정판이라 할 만하다. 그가 작년에 약속한 '완당평전' 대신 '김정희'를 다시 쓴 이유는 후기에 나와 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새로 발굴된 추사 관계 자료들을 조사해 '완당평전'을 보완하는 작업에 몰두할 시간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중략) 새로운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그려낸 추사 김정희의 인간상과 작가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완당평전을 전기문학으로 개고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료를 제시할 때마다 주석을 달고 고증해야 하는 학술서가 아니라 대중 눈높이에 맞춘 교양서를 펴냈다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 기본 얼개는 '김정희'와 거의 같다. 추사가 태어났을 때부터 숨을 거둘 때까지의 삶을 10개 장으로 나누고, 다양한 작품을 넣어 굴곡진 인생을 그려냈다.

유 교수는 추사가 오만하고 까다로웠다는 비판에 대해 "철저한 완벽주의에서 나온 면이 강하다"며 "인생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살았다"고 옹호한다.

또 추사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가 완성한 조선화풍을 중국식 문인화풍으로 바꿨다는 지적도 거부한다. 유 교수는 "추사가 청나라의 고증학적 학예를 따른 것은 그 나름의 근대화였고 세계화였다"고 평가한다.

유 교수는 추사가 두 차례 귀양살이 끝에 예술을 완성한 과정을 대하드라마에 비유하면서 '한국 문화사의 위인 중 위인'이었다고 결론짓는다.

정민 한양대 교수와 한국고간찰연구회 회원들이 한시 번역을 도왔다. 그림 '세한도'와 글씨 '침계' 등 컬러 도판 280여 점을 실었다.

창비. 600쪽. 2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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