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 아이클릭아트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진승이 말했고, 만적이 인용했다. 불평등한 사회에 외치는 물음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평등사회에 산다지만 완전히는 아닌가 보다. 없어진 계급이 다르게 존재한다. 족보 대신 '수저'가 대물림된다. 수저 색깔이 인생을 좌우한다. 개천(川)에서 용 나봤자, 하늘(天) 출신 용은 못 이긴다. ‘노력’해봤자 ‘재력’은 못 이긴다. 철저한 新 신분사회다.

☞대한항공이 하늘길 대신 입방아에 오른다. 바람 잘 날 없다.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 때문이다. 광고대행사 관계자에게 물컵을 던졌다고 한다. 자신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여론이 유난히 매섭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언니 조현아 前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아직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 집 딸들 정말 왜 이러나' 싶겠지만, 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들 조원태 사장도 마찬가지다. 경찰 뺑소니, 노인 폭행 물의를 일으켰다. 기업 경영과 자식농사는 별개인 것 같다.

☞국민 청원도 빗발친다. '사명 변경' 요구 서명은 8만 명(18일 오후 1시 기준)을 넘겼다.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빼달라는 것이다. 상징인 태극마크도 마찬가지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갑질(Gapjil)'이라고 그대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를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갑질’의 세계화다. 하다 하다 '갑질'을 수출했다. 재벌 3세의 경영능력에도 의문을 품게 했다. 그저 물려받았을 뿐이다. 가장 기본인 인성부터가 틀렸다.

☞비단 대한항공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재벌 자녀들의 문제는 늘 불거져왔다. 쉽게 얻었기에 모른다. 잘난 맛에 살아 아래가 없다. 배려가 없고, 겁이 없다. 뭔가 갈증 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떠오른다. 돈, 지위만큼 인격도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점에서, 기업 오뚜기는 '갓(God)뚜기'로 불린다. 창업주 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기부천사로 유명하다. 아들인 함영준 회장도 다양한 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착한 대물림이다. 사회가 있어야 기업도 있다. 오냐오냐 키운 오너는 정말 '오노(Oh No!)다. 인생사 새옹지마다. 오늘의 갑(甲), 내일 법정에선 ‘을(乙)’이 될지 모른다. 갑갑(甲甲)한 사회, 이젠 정말 이별해야 한다.

김윤주 편집부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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