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단양국유림관리소장

화려한 봄날, 상춘객들로 온 산천이 떠들썩하다. 산림청 공무원이 된 후 꽃 구경은 그저 남의 얘기다. 늘 봄이면 늦은 밤과 주말까지 산불 상황근무를 하고 주말에 기동단속을 다니고 간혹 있는 휴일에도 늘 출동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기에 친척의 애·경사에 참석할 수도 없다. 이 시기 전화 벨소리라도 울리면 벌써 마음의 평안은 깨지고 전화기에 손이 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릿속엔 벌써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는 나뿐 만이 아니라 산림청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이런 산불 담당자들의 수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건조한 봄이 되면 크고 작은 부주의로 인해 귀중한 산림이 산불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421건의 산불이 발생해 603㏊의 소중한 산림이 사라져 갔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릉·삼척의 산불은 1017㏊의 산림을 불태우기도 했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이 위험한 시기인 봄철과 가을철에 산불조심기간을 정하고, 산불 예방과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 진화헬기 47대가 전국 30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여 산불 머리를 진화하면 국유림관리소(27개)의 지상진화인력이 잔불을 정리하여 진화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1706건이며, 749건의 산불 원인 제공자(가해자)를 검거하여 검거율은 44%에 그치고 있다. 설령 검거하더라도 실제 형사처분은 10명 중 4명꼴에 불과하다. 이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검거 노력으로 가해자를 찾아내고 가해자에게는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 배상 청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관리소에서는 2016년 4월 초 발생했던 2건의 산불 가해자를 검거하여 형사 처벌과 함께 산림피해액과 투입된 진화인력의 인건비, 진화헬기 유류비 등 직접 진화 비용을 포함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초기 산불진화를 위한 장비와 진화인력의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조한 봄철 기후에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산불을 인력만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산불을 잡기 위해서 진화헬기로 물을 투하해 주불을 잡고 진화차량과 펌프를 이용해 물을 산 위까지 끌어올려 진화하는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에 위치한 국유림 4만㏊를 관리하는 우리 관리소의 경우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운용하는 특수진화대는 10명에 불과하고 전국적으로도 300여 명뿐이다. 이러한 직접 진화인력의 충원뿐 아니라 산불현장 지휘 인력의 확충도 필요하다. 실제 산불현장에는 다양한 위험요소가 있어 경험이 없는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인 진화인력 만을 투입하는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막상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대를 이끌고 현장에 들어갈 직원이 없어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까지도 투입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한 현장에 설치하는 지휘본부 운영 인력도 부족해 원활한 지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언론에 나가 혼란을 주기도 한다.

관계당국의 관심으로 진화장비와 인력이 확충돼 산불로 인한 산림 소실과 국민들의 인명, 재산 피해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특히 4월은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이 대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이므로 산과 산 인근에서는 절대 불씨를 취급하지 않는 등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의 동참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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