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주유소 전년比 26% ↑, 영업 이익률 평균 1% 불과
인건비 추가 대신 기기 교체

주유소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의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대표 업종인 주유소도 인건비 인상 부담에 셀프주유소 전환을 선택하며 예외는 아닌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전국 셀프주유소는 모두 290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02개보다 26.1% 증가했다. 대전의 경우 전체 주유소 237개 가운데 셀프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4%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설치된 셀프주유소는 2011년 637개로 전체 주유소 중 4.9%만을 차지하는 등 증가세가 더뎠다. 이후 유가 급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름값을 마케팅으로 앞세운 셀프주유소가 연평균 400개 이상씩 늘다 2015년 국제유가 안정화와 함께 증가세가 잦아들었다. 그러다 최근 셀프주유소가 또다시 급증한 것을 두고 주유소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보통 3~4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연간 1000~1500만원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즉 주유소의 매출과 직결된 세금, 카드수수료, 임대료 등을 고정비로 놓고 볼 때 유일하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인건비인 셈이다.

주유소의 영업 이익률이 평균 1%에 머문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주유소협회의 주유소 경영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유소 한 곳당 영업이익은 3800만원, 영업 이익률은 1.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같은 영업 이익률 속에서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는 것보다 셀프주유기 교체 비용을 한 차례 부담하는 것이 낫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실제 최근 셀프주유소로 전환을 마친 중구의 한 주유소의 경우 대당 2000만원 가량의 교체 비용을 투자해 3개 주유기 모두를 셀프주유기로 교체했다.

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A(57) 씨는 “주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운영하는 세차장 약품 단가 등 모든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데 주유소 간 물량 유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한 실정”이라며 “장기적인 영업 이익을 따져보면 인건비를 대신해 당연히 셀프주유소 전환을 고민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셀프주유소 전환이 지속적으로 늘게 될 경우 고용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차량용 주유소 운영업 종사자는 5만명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사실상 안전관리자 1명만을 두고 무인 형태로 운영가능한 셀프주유소 전환이 늘어날 경우 주유소 전체의 고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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