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학사모 2인

한순간의 사고가 인생을 바꿔 놓은 인생유전(人生流轉)의 이야기, 30년간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친어머니 이상의 사랑을 쏟아 온 고아원 원장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졸업 시즌을 맞아 대학가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갑작스런 사고 이후 인생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십수년을 그렇게 의미없이 살다가 서예를 만나게 된 것이죠. 오랫동안 앉아서 글을 써도 싫증이 안나는 걸 보면 서예가 적성에 딱 맞는 것 같네요."

전도 유망하던 체조선수에서 서예가로 거듭난 박미희(41)씨. 오는 21일 열리는 대전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그녀가 휠체어를 타고 학사모를 쓴다.

한때는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던 '잘나가던' 기계체조 선수였던 그녀가 평행봉에서 떨어져 하루 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된 것은 전남체고 1학년 시절.

한순간에 척추장애를 선고받고 체조에 대한 미련으로 시련의 나날을 보내던 박씨는 지난 99년 대전대 서예과에 입학, 몸동작으로 자아내던 선의 예술성을 서예로 승화시키기 시작했다.

박씨는 학생신분으로는 수상하기 힘든 2002년 제2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서예 부문 특선을 차지했고, 제12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우수한 학업성적 등으로 만학자의 모범을 보여 왔던 그녀는 여러 공적을 인정받아 오는 17일 대통령상인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도 수상한다.

한편 오는 14일 한남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윤부덕(56)씨는 30년 동안 부모 없는 아이들에 친어머니 이상의 사랑을 베풀어 온 사회복지시설 자혜원(복수동 소재) 원장이다.

지난 67년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당시 원장이던 모친 고(故) 이혜구 여사를 도와 자혜원에서 시설 아동을 위한 삶을 시작했다. 모친이 타계하면서 지난 92년부터 원장직을 맡아 온 윤씨는 찬거리도 시장을 직접 봐 가며 손수 요리를 해 식사를 제공할 정도로 복지사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 온 이 시대의 등불 같은 인물이다.

"쉰살이 훌쩍 넘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막내아들(서울대 자연과학부 4년)의 격려에 힘입어 무사히 졸업하게 됐다"며 4년간을 회상한 윤씨는 스스로가 만학도이듯이 원생들의 학업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원생들의 학습지도를 위한 자원봉사자도 일일이 면접을 통해 실력과 성실성을 검증한 후 결정했고, 수소문을 통해 다리품을 팔아가며 '좋은 선생님'을 초빙하러 다녔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 44명의 원생 중 손옥녀(24·우송대 관광경영)씨가 여행컨설턴트로 이미 취업까지 했으며, 김주연(23·우송대 전산정보 3년)씨를 비롯해 이도숙(20)씨가 올해 대전대 아동벤처학과에 합격했다.

"사는 모습이 아름다운 원장님을 본받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자혜원 사무국장 임영민(여·33)씨는 "올해 대전대에 합격한 도은이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너무 힘이 들었다"며 "많은 분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원생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혜원 672-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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