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상 청주시 흥덕구 강서2동장

가수 나훈아가 오랜 침묵을 깨고 무려 11년 만에 청주에 있는 팬들 앞에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31일 앙코르 '나훈아 드림콘서트'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 가득 모여들었다. 공연장 입장을 위해 수십 m의 줄을 선 수고는 2시간 이상 이어진 그의 공연에서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올해 72세인 나훈아는 예전에 돌던 건강 이상설과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버린 온몸에 땀방울을 흠뻑 적시며 정열적으로 부르는 그의 무대 매너는 50~60대부터 다양한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1년 전 "꿈을 찾아 떠나겠다"라고 말한 뒤 종적을 감췄던 그가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의 오랜 침묵을 깨고 만난 팬들 앞에서 건넨 말은 인생을 다시 배웠다는 이야기였다.

나훈아는 노랫말로 인사를 준비했다며 1절은 여러분이 나를 질책했던 내용으로, 2절은 자기 자신이 그에 답하는 내용으로 스스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겠다고 소개했다. 무대 옆에선 코러스가 나훈아를 쳐다보며 '어디 갔다 이제 왔니, 꿈 찾아 떠난다더니, 소식 한 번 주지 않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코빼기도 볼 수 없고, 이 몹쓸 사람 오랜만일세' 등의 가사를 원망하듯 불러댔다.

이를 미안하고 겸허한 표정으로 받아들인 나훈아는 2절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무 말도 못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등의 노랫말로 11년을 기다려 준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훈아는 "적지 않은 이 나이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혼자 울고 웃으며 인생을 또다시 배웠다"며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할 말은 많지만 말은 못한다"고 그동안 심적인 고통이 많았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가 남미를 가기 위해 미국을 경유할 때 차 안에서 라디오를 켰는데 자신의 노래가 나와서 5시간이나 펑펑 울었다며 자신의 생에 있어서 그렇게 울어 본 적이 없다는 말로 당시 북받쳤던 감정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러한 나훈아의 사연을 듣고 '사나이 눈물'이란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순간 "웃음이야 주고받을 친구는 많지만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없더라"라는 노랫말이 그의 심장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공연 중간중간에 그가 전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지가 쎄빠지게 번 돈은 지가 알아서 써야지 물려주는 만큼 자식을 바보로 만든다"라는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또한 "신문에서는 내가 뇌경색이라 말도 잘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는데 멀쩡하게 걸어 다녀서 오히려 미안하다"라는 그의 말에 관람객들은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민소매 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72세 나훈아 공연. 한 장에 10만 원이 넘는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연임에도 예매 2분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왜 그에게 이토록 팬들이 열광하는지 그의 말을 통해서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인 옆에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다. 내가 정치하면 노래는 누가 부르나." 그야말로 그는 자유자재로 관람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연륜이 넘쳐나는 프로 중의 프로 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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