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박홍준 사단법인 한국예총 대전예총회장·서예가

한때 훌륭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저 열심히 작업실에서 밤낮으로 작업만하면 되겠지 하면서 그저 밤낮없이 계절 없이 매진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동아리방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고 전공과목이 입학 때의 전공인지 부전공이 되어버린 서예과목인지를 모를 정도로 열심이었다. 즐기는 것보단 무언가의 결실을 얻고자 여름방학이면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기보단 그저 동아리방인 서실에 틀어박혀 보냈다.

당시에는 대학미전이라는 대학생들의 미술공모전이 처음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국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입·특선을 차지하는 폐단(?)을 해소하고자 대학미전이라는 발표의장을 만든 것인데 그 대학미전에 출품을 하고자하면 여름방학을 꼬박 반납해야했다 도시락을 싸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방학기간의 그 무언가에 몰입했던 시절이 너무도 좋았다.

대학 졸업 후 군대를 다녀 온 뒤 대학원에 잠시 다니던 시절이후 또다시 작업에 몰입했다 당시는 미술대전 개최가 춘삼월 이었다. 십수년을 꽃피는 봄이 언제 지나가는지를 모르면서 지냈다. 매화가 산수유가 벚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를 모르며 지냈고 친구들의 연락까지도 아까웠던 시절이었지만 그저 붓 잡는 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

기술의 습득만으로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예술인으로써 가져야할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너무도 폭이 넓고 많으며 연습보다 실전에 나아가니 더욱 부족함을 알게 됐고 추사의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의 진정한 의미와 그의 실행은 지금도 계속되는 나의 과제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비교문학자이자 문명비판자인 에드워드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과 ‘문화와제국주의’를 통해 서양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동양의 고전적 우매함을 덧칠하고 있다는 것이며 동·서양의 이분법적 구분속에서 우월과 열등을 드러내려하고 그것을 문화와 미술에 대입하여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왕사(王師)인 푸단대교수였으며 현재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을 통해서 그들의 중국적인 장점을 꾸준히 지키며 가장 중국적인것이 세계인 것이며 서방경험의 중국식 융합이 현재 중국개방의 출발과 종점 이라는 것을 그들의 지도자들에게 심어준 의미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됐으며 남을 알되 너무 의식 하지 말고 내 것과 우리 것에 천착하자는 명제를 알게 됐다.

그저 열심히 나의 깊이와 역량의 최대화에 몰입하고 함몰해서 적응하기에는 예술 생태계의 다변화와 세분화가 눈이 부시게 바뀌고 있다. 국력과 경제력에 의한 세계미술시장의 재편은 유럽의 파리와 브뤼셀등의 비중과 미국 뉴욕의 비중에서 중국의 베이징으로 무게로 적지않게 이동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미술작품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지금에 와서는 새로운 중간매개자로 등장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시카고아트바젤, 쾰른, FIAC(프랑스아트페어) 아르코 등의 아트페어의 성공에 힘입어 홍콩과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의 수요공급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제 예술가들의 역량은 작업실에서 미의식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 내어 의식세계의 환경정리에 이바지하는 단계가 아닌 일보 전진 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경제와 도시발전에 새로운 감각과 변화를 투여하는 시대가 됐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에술작품이나 뮤지움, 갤러리가 된 것은 이미 프랑스파리의 루브르, 오르세이, 에펠탑을 비롯해서 런던의 데이트모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이나 바로셀로나의 가우디의 작품으로 인하여 널리 알려 진 것은 이미 고전이 됐다.

이제는 더 나아가 예술가가 행정과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새로운 경향이며 지방자치 단체에 아트팀을 두는 지역이 점차적으로 확대 되고 있다. 영국 북서부 게이츠헤드는 인구 20여만이지만 시의 아트팀에 100여명의 예술가 공무원이 투입돼 매년 관광수입만 8조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예술가의 능력과 영역이 새롭게 조명되며 인식되고 있다.

이제 예술작가들은 작품에서만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공간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즐겁고도 만족스럽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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