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Tips]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말하는 ‘듀오’와 지안 왕

“‘듀오’라는 형식이 가지는 친밀감은 트리오나 콰르텟, 그 이상의 실내악 편성과 다르다. 같은 실내악 범주로 묶이지만 듀오와 3중주-4중주-5중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듀오’는 ‘뮤직 메이킹’이란 점을 감안하면 좋겠다. 작곡가들이 서로 다른 두 악기를 위한 곡을 쓸 때 ‘듀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첼로와 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 같이 양 악기의 위상을 표기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동등하게 가져간다. ‘피아노 듀오’, ‘바이올린 듀오’ 같이 같은 악기 두 대를 위한 곡에 작곡가들이 ‘듀오’라고 썼다. 그만큼 ‘듀오’라는 개념과 명칭 자체가 친밀하고 상징성이 있다.

두 명이 음악을 하려면 3~4명이 할 때 보다 더 많은 친밀감이 필요하다. 트리오와 그 이상의 실내악 편성에서는 서로 양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듀오가 마냥 서로 양보만 하면 음악은 빈 껍데기만 남고 비게 된다. 각자 서로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된 듀오는 불가능하다.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들이 그들의 반주자, 동반자를 선택하는 게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지안 왕은 낭만 레퍼토리에 특화된 자신만의 소리를 갖고 있는 첼리스트이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는 물론 브람스에서도 그런 성향이 보인다. 지안의 첼로 소리는 힘으로 몰아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도 아니다.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특히 피아니시모를 정말 잘 표현한다. 뒤메이-피르스와의 브람스 트리오 앨범을 들어보면 첼로의 풍부한 소리가 둘을 받쳐주었기 때문에 음악이 풍성해졌다. 이것은 섬세한 비브라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지안 왕의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은 아주 자연스럽다. 지안 왕의 옆에서 있으면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연주한다는 인상을 깊게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음악을 하다 보면 잘 맞는 부분에서는 서로 말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이 흐른다.

물론 전체적으로도 별로 말이 필요 없는 관계다. 해석에 대한 큰 충돌이 없으니까 지금도 함께 듀오를 하는 것이다. 관객 여러분들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서 지안 왕의 보잉에 따른 음색의 변화를 맛보시면 좋겠다. 첼리스트로서 기교를 소리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것이다. 피아노 비중이 많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두 곡에서는 두 악기가 서로를 리드하다가 또 함께 가는, 그런 과정의 묘미를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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