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5. 엄마 없는 하늘 아래 - 4편
몸과 마음에 상처 한가득, 엄마 마저 떠나면…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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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매 맞는 엄마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보고 자란 장남 성민(21·가명) 군은 회색빛 미래가 아득하다. 아빠는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고 시도 때도 없이 엄마에게 손을 댔다. 나중엔 성민 군과 동생들에게까지 폭력이 이어졌다. 그런 아빠에게서 도망친 후 10년 간 산전수전 다 겪으며 네 남매를 돌본 엄마와 이제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방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면 아픈 세 명의 어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

아빠의 폭력성을 가장 많이 닮은 둘째 성진(17·가명) 군은 감금·폭행사건으로 소년원에 입소했고 이후 법원 위탁시설에서 생활하며 겉돌았다. 집에서까지 칼부림을 하며 어느새 식구들에게 공포의 존재가 된 성진 군은 현재 학교를 자퇴하고 인근 자취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셋째 성호(14·가명) 군과 막내 소진(13·가명) 양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건강상태로 선생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순회교육을 받고 있다. 성호 군은 뇌전증이 의심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 부모의 채혈이 필요한데 아버지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제대로 된 치료조차 어렵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쓰러지거나 정신을 잃는다.

건강이 가장 좋지 못한 소진 양은 정신질환에 의한 환청 및 환시로 몇 년 전 추락사고를 겪었다. 시멘트 바닥의 충격으로 얼굴과 골반, 다리 뼈 마디마디가 골절됐고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권유했다. 가까스로 생명은 건졌지만 지적장애를 비롯한 만성골수염, 뇌전증 등으로 하루에 먹는 약만 수십 알이다. 현재 오른쪽 발 등에 지혈이 되지 않고 있어 보호자 없이는 거동도 어렵다.

첫째 성민 군도 오랫동안 정신질환 약을 복용했고 현재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지만 엄마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불안해진다. 가족 중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가종 중 환자가 많아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가정폭력이 인정돼 몇 개월 전부터 아버지가 월 20만원 씩 양육비를 지급하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의료비 부담으로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동안은 엄마 이 씨가 자녀들을 돌보며 생계유지를 해왔지만 암 발병으로 더 이상의 양육도 힘들어졌다. 남편의 폭력과 열악한 경제상황으로 몸과 마음 모두를 다친 이 씨 가족은 암담함 그 자체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도 이들 가족에겐 욕심이 돼 버린 냉정한 현실은 마지막 버틸 힘 마저 빼앗아 버린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네 남매는 그저 ‘외로운 섬’ 같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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