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
일부유가족 진도 분향소 지켜, 아픔 간직한채 유흥 자제 일상
목포는 선체 세우기 준비 한창, 미수습자 기다려…애타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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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다가온다.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에는 아픔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고, 세월호가 올라온 목포신항에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을 향한 그리움이 남아있다. 이달 10일 세월호 선체 바로 세우기 준비가 한창인 목포신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희생자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다가온다.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에는 지금도 아픔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고, 세월호가 올라온 목포 신항에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을 향한 그리움이 여전하다.

추모글을 새겼던 노란 리본은 빛바래다 못해 본디 색마저 잃었다.

2014년 4월 16일을 떠올리는 이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엿새 앞둔 이달 10일 선체 세우기 준비가 한창인 목포 신항에는 여전히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다. 형형색색 꽃이 만개한 봄날이자 평일인데도 목포 신항을 찾은 이들이 머물다가 떠난 공간은 이내 다른 추모객으로 채워졌다.

세월호가 바라보이는 철망 앞에서 추모객은 하염없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찍어냈다. 하루 수천 번 수만 번 바람에 나부껴 끝이 닳아버린 리본을 어루만졌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과 희생자 299명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 앞에서 허리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서리가 내린 것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한 추모객은 "어서들 돌아오시게"라는 혼잣말을 나지막이 되뇌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빚어낸 적막감은 선체 바로 세우기 준비 작업 현장에서 울려 퍼진 중장비 소리에 간간이 깨졌다. 옆으로 누운 세월호가 다음 달 똑바로 서면 그동안 수색의 손길이 닿지 못한 기관실과 단원고 남학생 객실에서 미수습자 흔적 찾기가 시작된다. 기다림을 이어가는 목포 신항에서 자동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진도에서는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참사 4주기를 손꼽았다. 4년 전 그날 세월호 가족이 한달음에 달려왔던 진도체육관은 이번 주말 추모행사를 열어 잊혀서는 안 될 기억을 나눈다.

세월호 참사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진도 지역민 마음에도 지난 4년 동안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진도읍 시가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참사 이후 떠들썩한 유흥 문화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일상에 스며들었다고 전했다. 변화상을 이야기하는 그의 손끝은 차분한 찻집으로 간판을 바꿔 단 유흥업소 자리들을 가리켰다. 세월호 가족이 목놓아 이름을 불렀던 기다림의 장소 팽목항에서는 이날도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이 밝혀졌다. 누군가가 하루 전날 남긴 팽목항 분향소 방명록에는 '미안하다'라는 글귀가 담겼다. 세월호 선체가 목포 신항으로 올라온 지난해 3월 이후 많은 사람이 팽목항을 떠났지만, 일부 유가족은 진도에 거처까지 마련하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단원고 고우재 학생의 아버지 고영환 씨가 분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임회면에 터전을 잡고 농토를 일군다.

다른 희생 학생 2명의 아버지도 공장에 취직하고 농사를 지으며 진도에 머문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노란 물결 일렁이는 팽목항 방파제에서도 기억을 지키는 이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방파제에는 전남 장성에서 초등학생 53명이 빨간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 끝을 향해 작은 발자국을 새겼다.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4년 전 사건을 전해 들으며 숙연한 표정과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다. '4월 16일'에 머물러있을 것만 같던 팽목항에도 변화는 찾아오고 있었다. 분향소 뒤편에 추모객이 자동차를 세웠던 공터는 여객선터미널 청사를 짓는 공사로 분주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 이어지는 길목의 모래사장 근처 산자락에는 2021년 개관을 목표로 국민해양안전관이 들어선다.

팽목항에서 약 4.16㎞ 떨어진 '세월호 기억의 숲'에서는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했다. 겨울을 이겨낸 나무는 가지마다 새순을 돋아냈고 민들레는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참사 현장을 지켜봤던 조도면 동·서거차도 주민은 맹골수도(孟骨水道) 세찬 물살을 피해 이날도 어업에 나섰다. 또 다른 피해자이기도 한 이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무심한 듯 사고 해역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한 주민은 "바다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날을 잊는다면 언젠가 다시 참사가 찾아올 것"이라며 씁쓸함을 곱씹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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