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봄이다. 화사한 꽃이 피고 곳곳에서 축제가 펼쳐지는 즐거운 봄이다. 하지만 4년 전 우리의 봄은 그렇지 못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승객 476명 중 172명만이 생존했고, 아직도 5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배 안에 수학여행으로 들떠있던 안산 단원고 2학년 324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믿었고, 그 덕분에 차갑게 식어 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었고, 무능하고 부도덕한 권력자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엉뚱한 교신으로 골든타임을 놓쳤고, 선장과 선원들은 무책임했으며 해경과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30분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한 그 시각 '각하(閣下)'께서는 침실에 있었고, 배가 시야에서 사라지던 오후 6시 집(관저)으로 돌아가셨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아픔이었고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둘러싼 '7시간 의혹'은 모두에게 숙제였다. 참사 후 네 번째 봄인 지난달 28일 검찰은 7시간 의혹에 대한 일부의 진실을 발표했다. 진실은 추악했다. 대통령은 그나마 비선(秘線)의 권유로 중대본에 행차했고, 나라의 윗분들은 그런 대통령을 위해 국민을 속였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팩트'는 그저 대통령을 위함이었다.

진실은 너무 뒤늦게 밝혀졌지만,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을 버렸다. 더 슬픈 것은 국민이 대통령을 버린 이유가 단지 세월호 때문이 아니라 믿기도 힘든 '국정농단'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 다음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죗값을 치렀지만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밝혀진 진실은 결코 그의 편이 아니었고, 1심 재판부는 결국 징역 24년(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대다수의 국민은 서울구치소에 사는 503(朴 수인번호) 씨를 비난했지만, 어쩌면 그 중 대다수는 '공범'인지도 모른다. 503 씨는 누구처럼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무려 1577만 3128명의 선택을 받아 오방낭을 흔들며 권좌에 앉았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꼽히는 아돌프 히틀러는 분명 그 자신이 '비정상'이었지만, 독일 국민의 방기(放棄)가 낳은 '괴물'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피청구인 박근혜 아니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를 선택한 과오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에서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현장에서 철수 전 울먹이며 "이러면 안 되는 것 이었다"는 말을 되뇐다. 그렇다. 우리도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다. 알아도 쓸데없는 지식이 많은 유시민 작가는 저서를 통해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물었지만,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민들"이라는 꽤나 쓸모있는 말을 했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훌륭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만간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오는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또 한 번 '좋은 사람'을 가려내야 한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선거'는 우리에게 시험이 아닌 '기회'다. 다시는 그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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