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대모험·신이 되려는 기술: 위기의 휴머니티

[신간] 달빛 속을 걷다·할머니의 행복 레시피

애주가의 대모험·신이 되려는 기술: 위기의 휴머니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 달빛 속을 걷다 =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에세이집.

걷기와 산책, 여행을 주제로 쓴 다섯 편의 에세이를 묶었다.

표제작 '달빛 속을 걷다'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낮의 세계'와 대비되는 명상적이고 정신적인 '밤의 세계'를 시적인 문체로 표현한다.

"생각에 잠겨 달빛 속을 걷는 사람은 달빛만으로도 만족하고, 그 빛은 그의 내면의 빛과 잘 어울린다.(중략) 달빛을 받으며 걷는 시인은 달빛의 영향을 받은 생각의 흐름을 의식한다. 나는 이런 생각의 흐름을 일상적인 산만한 생각들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밤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한다. 나의 생각을 대낮의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달빛 속을 걷다' 중)

속되고 천박한 세태에 대한 저항이자 실천으로서 걷기를 이야기하는 '걷기'와 가을과 겨울의 풍경을 표현한 '가을의 색'과 '겨울 산책' 등이 수록됐다.

민음사. 조애리 옮김. 164쪽. 8천800원.


▲ 할머니의 행복 레시피 = 나카무라 유 지음. 정영희 옮김.

일본의 젊은 셰프인 저자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할머니들의 일상 음식 레시피(조리법)와 할머니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일본의 작은 항구마을 오와세의 할머니는 새해가 될 때마다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대접했던 야쓰야키(으깬 생선살에 달걀을 섞어 두툼하게 지진 음식)를, 스리랑카의 81세 할머니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매일 아침 먹는 초록색 죽 '콜라켄다' 조리법을 일러준다.

할머니들의 레시피는 전문 셰프의 세련된 레시피에 비하면 뭔가 엉성하고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지만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양념으로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어판에는 서울의 한정식, 통영의 비빔밥과 된장게찜 등 한국 할머니들의 레시피와 부엌 이야기도 담겼다.

남해의봄날. 240쪽. 1만6천원.


▲ 애주가의 대모험 = 제프 시올레티 지음. 정영은 옮김. 정인성 감수.

세계의 주류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드링커블글로브'의 설립자인 저자가 1년 52주간 매주 새로운 술을 소개하는 식으로 국가별, 문화별로 저마다의 특색을 담은 주류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스카치 위스키, 버번위스키, 백주, 호밀 맥주, 아이리시 위스키, 사케, 테킬라, 진, 셰리주, 포트 와인, 코냑, 보드카 등 잘 알려진 술부터 메즈칼, 카샤사, 말로트, 풀케, 크레망 달자스 등 다소 생소한 술들까지 술과 해당 술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52주간 소개되는 술 중에는 한국의 소주도 있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초록병 속 증류주'로 소주를 표현하며 일본의 '쇼츄'와 소주의 차이, 소주의 역사, 소주를 마실 때 예의, 오이소주나 '오십세주' 등 소주 칵테일 등을 설명한다.

더숲. 496쪽. 1만8천원.


▲ 신이 되려는 기술: 위기의 휴머니티 = 게르트 레온하르트 지음. 전병근 옮김.

미래학자인 저자는 기술 진화의 결정적 전환점에 와 있는 지금이 인공지능부터 인간 유전자 편집에 이르는 기술의 본질에 물음을 던질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한다.

책은 기하급수적 기술 발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휴머니티(인간성)를 지킬 수 있는가를 화두로 제시하며 기술변화의 속도와 수용 과정에 있어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적인 삶의 선택이나 사생활 보호의 자유조차 일부 초고소득자의 특권이나 사치품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제대로 선택하지 못할 경우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이득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노출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시 문제나 프라이버시 침해문제, 디지털 비만 등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기술 발전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그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틔움출판. 320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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