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구 사직2동 단독주택 자전거바퀴·부탄가스통 등
일상생활 불가능·화재위험, 구청·조은로타리클럽 회원…대청소 참여 이웃사랑 전해

▲ 11일 오전 쓰레기 더미로 가득찬 송 씨의 집.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11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2동의 한 단독주택에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쓰레기를 밖으로 옮겼다.

이날 쓰레기 치우기에 나선 이들은 청주시 서원구 주민복지과 직원들과 조은로타리클럽 회원들이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의 주인은 사직2동에 거주하는 송 모(76) 씨 였다. 송 씨는 최근까지 집 인근에서 버려진 고물과 쓰레기 등을 주워 집에 가져왔다. 송 씨의 단층 단독주택은 송 씨가 수년 간 모아온 쓰레기로 가득찼다. 방과 마루에서 이동도 어려울 정도였다. 집 대문은 막혀있는 쓰레기로 여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것은 물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보였고 더욱이 부탄가스통과 불에 취약한 비닐 등이 있어 화재의 위험에도 노출 돼있었다.

이날 송 씨를 돕기위해 구청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문을 열고 들어선 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봉사자들은 “이걸 어떡해 모으셨지”, “어디서부터 정리해야하나” 등의 놀람과 탄식 섞인 말을 내뱉으며 곧바로 쓰레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역한 냄새에도 자원봉사자들과 시청직원들은 표정하나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쓰레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내용물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통을 시작으로 자전거 바퀴, 고무호스, 부탄가스통, 폐비닐 등이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송 씨 집의 쓰레기 수거는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청주시가 송 씨의 사연을 알게 된 건 2016년 8월 경이다. 젊은 시절 건축일을 했던 송 씨는 나이가 든 후 폐지 및 고물수집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건강이 나빠져 팔기위해 모아놓은 고물을 내놓지 못하던게 쌓여 집안을 가득 채우게됐다. 저장강박증이었다.

청주시는 기초생활 수급자인 송 씨와 연락이 안되자 그의 집을 방문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송 씨의 집 상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다”며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는 고장 난 가전제품 등 몇 개가 있었지만 송 씨가 계속해서 집으로 쓰레기를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쓰레기가 조금씩 쌓이자 치울 것을 권유했지만 송 씨는 쌓아놓은 물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고 막을 수 없었다”며 “이웃과 지자체의 지속된 설득에 송 씨가 마음을 열어 치울 수 있 게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주시와 조은로타리클럽은 송 씨의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위해 잠시 본업을 내려놓고 이번 대청소에 참여해 이웃 사랑을 전했다.

청주시는 매주 자원봉사자와 연계해 송 씨가 더이상 고물과 쓰레기를 모으지 않게 당부하고 지속적으로 청소하며 도배장판지원과 전기배선 공사 등으로 송 씨가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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