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 청주 무심천에 쌓인 쓰레기.

 

☞봄만 되면 일렁인다. 분홍 벚꽃에 설레고, 노랑 개나리에 상큼해진다. 바람결에 꽃들이 흩날린다. 따뜻한 햇살 속 꽃비까지 내리니 감성에 젖는다. 날씨와 '썸' 타는 기분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콧노래다. '청춘'이 계절이라면, 이럴까 싶다. 문득 스무 살 때가 떠오른다. 분홍색 카디건을 입고, 무심천 벚꽃길을 걸었다. 꽃도 예쁘고, 내 나이도 예뻤다. 머리에 꽃 꽂은 사진은 필수였다. 지금 하면 미친 사람 같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노래 '벚꽃엔딩'은 봄마다 들린다. 6년 전에 나왔는데, 유행에 '엔딩'은 없나 싶다. 지겹다가도 막상 들으면 또 좋다. 가사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그렇다. 이상하게 벚꽃이 피면, 사랑에 빠져야 할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벚꽃놀이는 필수 데이트 코스다. '봄 한정' 혜택이다. 주위 소개팅 요구도 빗발친다. 더 피기 전에 만나야 한다나. 뭐라나.

☞청주 무심천, 대전 신탄진… 거리마다 벚꽃이고, 사람이다. 웃음꽃도 만발한다. 밤엔 또 색다르다. 夜한 벚꽃은 청초하다. 낮에는 발랄하다면, 밤에는 청순해진다. 맥주 한 캔 손에 들고, 벚꽃을 안주 삼는다. 돗자리는 밤에 더 많이 '핀다'. 은은한 노래까지 더하면 낭만 가득이다. 여기까진 천국이다. 다음 날 아침은 지옥이 된다. 설렘 대신 '부끄러움'이 자리 잡는다. 꽃 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 꽃 대신 비닐들이 흩날린다. 맥주캔이 나뒹굴고, 치킨 박스는 뒤집혀있다. 벚꽃 명소가 쓰레기로 앓는다.

☞청주 무심천은 벚꽃철만 되면, 쓰레기가 몇 백배 늘어난다고 한다. 수거 인력 부족으로 지자체는 골머리다. 다른 부서 지원에도 역부족이란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벚꽃은 ‘재앙’일지 모른다. 꽃은 참 예쁜데, 사람들 마음이 참 안 예쁘다. 온대로 가면 되는데, 그 쉬운 걸 안한다. '낭만'만 챙기고, '양심'은 버리고 간다. 아름다운 걸 볼 자격도 없다. 무심천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들을 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른이 더럽히고, 아이들이 치운다. 아이들도 아는 걸 어른들은 왜 모를까. 제발 '벚꽃엔딩' 대신 '쓰레기엔딩' 좀 합시다.

글·사진 김윤주 편집부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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