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지금 대한민국 국군이 울고 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공영방송 KBS가 공개적으로 군(軍)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군에 대한 대통령의 뒤틀린 역사인식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UN총회 연설(2017년 9월 21일)에서 북한 김일성집단이 일으킨 6·25남침전쟁을 내전(內戰)으로 규정했다. 내전이라 함은 전쟁 책임이 국군과 북한군에게 50%씩 있다는 얘기다. 그게 사실인가? 그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군과 UN군으로 참전한 16개국의 노병들은 모욕감을 느껴야만 했다.

또 대통령은 베트남과 UAE 방문을 핑계로 천안함 폭침 8주기 행사에 불참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는 데만 5년이 걸린 사람이다. 뒤늦게 인정한 것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을 초청해서 대한민국을 활보하게 만들 수 있었겠는가? 그의 머리속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넋만 있을 뿐, 임무수행 중 순직한 46명의 호국영령들과 며칠 전 순직한 F-15K 전투조종사에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또 공군은 최첨단 스텔스기인 F-35A 전투기 1호의 출고식을 치르면서도 김정은을 의식해서 조용하게 치러야만 했다. 그것 역시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인가?

대통령은 베트남에서도 우리 군의 명예를 짓밟았다. 그는 쩐다이 꽝 국가주석에게 우리 군의 양민학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호치민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국군통수권자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며 처신이다. 호치민은 수없이 많은 베트남 양민들을 희생시킨 공산주의자였다.

더욱이 지금의 베트남은 우리에게 V-KIST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을 만큼 호치민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집어던지고 수출입국으로 고도경제성장을 일궈냈던 박정희식 성장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의 주사파 출신 참모들은 박정희-이승만을 격하(格下)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역사 신(神)은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대통령은 제주4·3사건 70주년행사에서도 공개적으로 군과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 그는 김달삼과 이덕구를 비롯한 남로당 좌익들이 대한민국의 건립을 방해하기 위해 일으킨 국가반역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무고한 제주도민을 희생시킨 주범으로 군과 경찰을 지목했다. 당시 남로당 좌익들은 1750여명에 이르는 선량한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

오늘날 우리 군이 동네북 수준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용감하지 못했던 탓이다. 여기에는 정의에 눈을 감았던 이명박·박근혜·김관진의 원죄(原罪)도 한몫했다. 그들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전전긍긍하면서 원점타격, 지휘부타격과 같은 립 서비스만 즐겼다. 평화는 전쟁을 각오하는 결기가 있을 때만 유지되는 법이다. 진급문제로 현역장성들이 나서기 힘들다면 예비역장성들이라도 나서서 군에 대한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안보에 초석을 세우고 군의 명예를 지키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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