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과학 포럼] 
김주연 ETRI 실감디스플레이그룹 선임연구원

4차산업혁명에 대한 산업적·시대적 이해를 정확히 하기도 전에, 5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들린다. ‘산업’과 ‘혁명’, 이러한 단어들이 주는 의미는 연구자에겐 특별하게 다가온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연구자로서, 이미 지나온 시대를 이끌어간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어려우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진취적 도전성을 가지고 세상을 리딩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세 번의 산업혁명들을 이뤄졌다는 점이다. 성공적 혁명을 이끈 사람들은 비록 우연한 발견이었던 혹은 계획적으로 이룬 발전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도전적 시행착오’라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이 ‘시행착오’를 할 때 혹자는 ‘실패’라 부르며 많은 질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3차산업혁명까지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부단한 도전을 한 사람들의 개별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증빙하는 셈이다.

그러나 ‘융합기술’이 연구와 학문의 기본이 되는 4차산업혁명의 현 시대는 약간 다르다. 학제간(Interdisciplinary)연구가 대세가 되어 버렸다. 기술과 기술, 기술과 산업, 산업과 산업 간 긴밀한 융합은 필수다. 이러한 초융합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융합의 모든 근본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사람’은 융합의 혜택을 받는 이들보다는 융합을 이끌어내는 이들이 초점이다. 많은 분야에서 융합을 도출하는 사람중에서도 특히 신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도전적으로 해결해가는 사람인 ‘연구자’를 필자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연구개발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다행히도 연구 개발환경이 비교적 좋다는 점이다. 가장 기본인 사람 즉 연구자는 물론 장비, 인프라 등 연구개발 환경측면이 훌륭해 ‘도전적 시행착오’를 경험하기 충분하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융합기반 성공적 연구 개발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가 제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활용할 기회가 없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연구자라 하더라도 시작부터 벽에 부딪힐 것이다.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 한 교수님으로부터 왜 연구자가 되려는 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연구란 다른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 진행할 수 있기에 연구자가 되려한다”라 대답을 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연구자의 길을 가려고 한다면,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과 함께 어울려 도움을 주고 받으며 협업을 한다면 더 좋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스스로도 자만에 빠지거나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씀을 해 주셨다. 필자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러한 말씀은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연구자들이 한번쯤은 되새기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융합기술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동료 연구원들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동료 연구원과의 코웍은 물론 산-학-연을 아우르는 공동연구를 통해 하나의 목표아래 힘을 합해야 우수한 연구성과도 뒤따라옴을 체득했다.

따라서 모든 융합 연구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연구자간의 소통, 공유 뿐만 아니라 ‘도전적 시행착오’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개발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오더라도 실험실 실원 동료끼리 서로 격려하며 도와주는 문화로 정착된다면 분명, 좋은 연구 성과로 꽃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