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사람들은 종종 권위 있는 사람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단순한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복잡한 사회적 문제일 경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장관을 지낸 어떤 사람이 초등학교 빈 교실을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상당한 팬덤을 지니고 있는 이의 의견에 열렬한 호응이 뒤따랐다. 그러나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만만치 않은 반론이 이어졌다. 빈 교실이 생기는 곳과 국·공립 어린이집 수요가 생기는 곳이 일치하지 않으며, 설사 빈 교실이 생긴다 하더라도 학교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정부는 '학교시설 활용 및 관리 개선방안'을 수립해 학교 내 교실은 학교 교육과정, 병설유치원 설립 등 학교 교육을 위해 먼저 사용하고, 육아 부담 완화를 위한 돌봄 서비스, 국공립 어린이집 등 지역별 수요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필자로선 교육기관인 학교 안에 보육 기능을 자꾸 들여오는 데 반대하지만, 학교 교육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학교에 빈 교실이 생긴다면 교육을 내실 있게 다지는 데 먼저 사용돼야 하며, 그래도 남는다면 돌봄교실을 확충하는 등 다른 공익 목적에 쓰여야 마땅하다. 이제 논란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초등학교 빈교실이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위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으리라는 한 유명인의 낙관은 다소 섣부른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교사 총기 소지' 주장도 설익은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1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총기에 능숙한 교사가 있다면 총기 공격을 아주 신속하게 잘 끝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미치광이들이 보기에 총기 금지구역은 '우리에게 반격 총탄이 날아오지 않기 때문에 들어가서 공격하자'는 것"이라며 "교사들이 특별 훈련을 받고 배치되면 그런 총기 금지구역은 없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특별훈련을 받은 교사가 총을 들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면 이런 곳을 어찌 학교라 할 것인가. 이런 곳에서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 통계를 보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기사고로 죽은 미국인이 5만 6755명에 이른다. 전시도 아닌데 단 3년 사이에 죽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방어할 총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광범위한 총기 소지가 허용됐기 때문이 아닐까.

지방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여러 사람이 후보로 나서고 있다. 개중에는 설익은 해결책을 들고 나오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주민의 입장에서 선별안을 가지고 지역을 대표하는 이를 뽑을 일이다. 물론 주민들은 그들이 지역의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 믿어서도 안 되고, 문제 해결을 그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둬서도 안 될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전문가를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로 작심한 사람들'이라고 시니컬하게 정의한 바 있다. 사회적인 문제가 중대하고 복잡할수록 소수 전문가나 리더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하며 집단적 노력을 이끄는 자,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조직하는 자가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다함께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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