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이지윤에 이어 박지윤까지…콩쿠르·솔리스트 일변도서 탈피

▲ 각각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악장으로 임명된 (왼쪽부터) 박지윤, 이지윤, 김수연 [연합뉴스 DB]
▲ 각각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악장으로 임명된 (왼쪽부터) 박지윤, 이지윤, 김수연 [연합뉴스 DB]
韓 바이올리니스트, 줄줄이 유럽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김수연·이지윤에 이어 박지윤까지…콩쿠르·솔리스트 일변도서 탈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유럽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있다.

'한국 바이올린'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낭보일 뿐 아니라 솔리스트·콩쿠르 입상에만 환호해오던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클래식 업계에 따르면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은 최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으로 임명돼 오는 9월께 활동을 시작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 중 한 곳. 지휘자 정명훈이 15년간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며 국내에도 꽤 친숙한 오케스트라다.

박지윤은 2011년부터 프랑스의 페이 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의 첫 동양인 악장으로 활동해오다가 이번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으로 '체급'을 높였다.

이에 앞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독일 명문 악단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이지윤은 또 다른 명문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으로 선임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두 악단 모두 베를린 필하모닉과 더불어 베를린을 대표하는 악단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 윤소영은 2012년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에, 이지혜는 2015년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악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악장은 지휘자를 보좌해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결정을 하는 리더다. 단원들은 연주 중 수시로 악장의 활을 쓰는 위치나 음악적 표현을 참고한다.

오케스트라 내 위치를 고려해 악장은 다른 단원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뒤에 등장하고 퇴장 시에도 지휘자 다음으로 가장 먼저 퇴장한다.

공연 시작과 끝에 오케스트라를 대표해 지휘자와 악수를 하는 것도 악장이다.

이런 주요 자리에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잇따라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한국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한국 여성 바이올린'은 유독 오랫동안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해왔다.

부천필하모닉 악장을 지낸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명문 악단들의 높은 문턱을 넘어섰다는 건 그만큼 이들의 실력이 세계적이라는 것"이라며 "악장은 솔로와 달리 합주 능력, 앙상블에 대한 판단력 등까지 겸비돼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간 국내 클래식계가 집중했던 콩쿠르 우승 혹은 솔리스트 양성과는 다른 단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력이 좋다고 모두가 연주 요청이 쏟아지는 솔리스트가 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이 존재하는 데다가 솔리스트만을 최고로 쳐주던 음악계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한 공연 기획사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은 실력뿐 아니라 네트워크, 운, 상품성 등 다양한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 시장도 같은 상황이라면 자국 스타를 원하지 동양인 연주자를 굳이 내세워줄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게 오케스트라 내에서 지휘자 다음으로 대우가 좋은 악장일 수밖에 없다"며 "항상 선택을 받아야 하는 솔리스트보다 더 안정적인 연주 환경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악장으로 활동 중인 김수연 역시 "솔리스트가 화려해 보일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들이 있다"며 "솔리스트로만 활동해왔기 때문에 걱정도, 두려움도 존재하지만 전체 음악 인생으로 봤을 때는 오케스트라 활동이 꼭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음악적 그림에 초점을 맞추던 솔로 활동과 달리 악장은 오케스트라 전체를 고려하며 연주해야 한다"며 "지휘자가 그리는 그림을 잘 이해해 오케스트라에 전달해야 하는 경험은 솔리스트 때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명문 악단의 경우 악장이 3~4인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활동과 솔리스트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도 한다.

실제 김수연을 비롯해 박지윤, 이지윤 등이 솔리스트로서의 활동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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