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5. 엄마 없는 하늘 아래 - 3편
암, 뼈까지 전이… 짧으면 6개월, 그저 아이들 걱정… 외로운 싸움

Untitled-8.jpg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 넷과 도망친 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둘째 아들은 아빠의 폭력성을 닮았고 본드와 담배에 손을 대며 밖으로 겉돌았다. 막내 딸 소진(13·가명)은 지적장애와 3급 골수염, 뇌전증 판정을 받아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도 엄마 미정(43·가명) 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꿈꾸고 아이들과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 그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주기만을 바라며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못했지만 사랑만큼은 풍족하게 주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살던 지옥 같은 그때, 이 씨만 혼자서만 도망쳐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한 상태인 아이들을 놔둘 수 없었다. ‘책임’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을 수 없어 죽으나 사나 아이들과 함께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연고 하나 없는 대전으로 도망친 후 오롯이 아이들을 위해 살았다. 받지 못한 아빠의 사랑만큼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감싸 안고 싶었다. 아이들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만 온 힘을 끌어 모아 지켜야 했다.

그러나 신은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겨울 12월. 몸과 마음을 크게 다친 아이들이 항상 먼저였다. 평소 잦았던 두통과 어지러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픈 아이들을 신경 쓰느라 본인 몸 병드는 건 안중에도 없었던 이 씨. 수술 이후 경과는 좋지 않았고 암이 뼈까지 전이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는 신약을 써보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장담하지 못했다. 짧으면 6개월, 운이 좋다면 몇 개월 더… 신은 ‘따뜻한 봄이 되면 소일거리라도 해서 몇 푼이라도 벌자’ 다짐했던 그 작은 소망도 앗아갔다.

지금 이 씨는 집안에서도 움직이기 어렵다. 걸어갈 가까운 거리도 어지러움증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이 괴롭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만 생활하는 이 삶도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몰라 두렵다. 하지만 이 씨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막내 수진이다. 챙겨 먹여야 할 약도, 데려가야 할 병원도 많지만 병든 엄마는 벅차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외로운 엄마는 오늘도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4월 13일자 1면에 4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후원계좌=기업은행 035-100410-01-833(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후원 문의=042-477-4072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