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혜승
구교구골, 열화청춘, 성탄쾌락, 영웅본색, 천녀유혼, 아비정전, 종횡사해, 동성서취, 패왕별희, 금수전정, 동사서독, 금지옥엽, 대부지가, 금옥만당, 애반가성, 색정남녀, 가유희사, 구성보희, 성월동화, 이도공간, 연비연멸…. 모두 넉자로 이루어진 영화제목인데 더러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분명한 명칭이 있고 어떤 경우 중국에서 통용되는 표현이어서 생소한 타이틀 역시 적지 않다. 작고한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1956∼2003)이 출연한 작품 목록이다. 넉자로 이루어진 제목의 작품이 이밖에도 숱하고, 많을 때는 한 해에 여섯 편이나 겹치기 출연하기도 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 올해도 홍콩에서는 장국영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고 그가 최후를 맞이한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에는 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과 물품이 즐비했다.

유명을 달리한 문화 예술인들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문인이라면 그가 남긴 작품 행간을 더듬고, 미술인이라면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 작품을 보며 무언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가수는 음반 속에서 살아 숨쉬고 무용가는 영상 자료의 율동적인 몸짓 속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영화배우는 이런 경우 가장 감각집약적이고 실감나는 추억의 미디어인 영화로 회상되는데 그가 연기한 다양한 인물의 움직임 속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누린다. 장국영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는 그래서 지금도 그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가운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생애 매순간 화제를 몰고 온 삶과 극적인 죽음의 드라마 언저리에서 사후 15년이 지났음에도 팬들은 여전히 그의 실존을 체감하는 것이다.

올 추모 집회 '전승-회상 장국영' 15주기 행사에서는 내년부터는 촛불 모임을 열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포했다고 한다. 불세출의 배우 장국영은 도시 전체가 천혜의 영화무대인 홍콩을 배경으로 그가 연기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될 것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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