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왜 동아시아인가',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

"냉전 이데올로기 넘어 새로운 동아시아 가치 구축해야"

신간 '왜 동아시아인가',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동아시아는 흔히 한국, 중국, 일본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인식된다. 역사적으로는 보통 한자와 유교 문화를 공유한 곳을 일컫는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경계가 한중일의 국경과 정확히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질 듯싶다. 중국 서부 티베트에서는 동아시아적 요소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동남아시아로 분류되는 베트남은 한자와 유교를 오래전에 수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왜 동아시아인가'를 쓴 쑨거(孫歌)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과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의 저자인 윤해동 한양대 교수도 동아시아라는 명칭이 모호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아시아 담론을 연구하는 쑨 연구원은 저서에서 "동아시아는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처럼 직관적이고 단일하기 확정 지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 교수 역시 아시아라는 지역 자체가 유럽에 대한 타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동아시아는 매우 다양한 문화와 사회를 품고 있다"고 강조한다.

두 사람은 동아시아의 개념이 불분명함을 인정하면서도 결국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쑨 연구원은 동아시아 역사를 이해하는 주된 주제였던 유학,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피해국 사이의 관계, 근대화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아니라 냉전 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그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이 종식됐다고 알려졌으나, 동아시아에서만은 여전히 냉전에 기반한 대립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한반도는 남북이 이념 대결을 펼치고 있고,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만의 존재도 결국 냉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인 윤 교수는 역사를 한 국가가 아니라 더 넓은 틀로 보자는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와 지구적 차원에서 근대성을 조명하자는 '식민지근대'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동아시아사에 접근한다.

그는 16세기 이후 중국이 두 차례 제국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오히려 일본이 근대화를 통해 제국을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은 제국의 일부를 구성하면서도 때로는 지배질서를 거부했다고 부연한다.

윤 교수는 동아시아의 근대는 이주, 교역, 소통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지만, 일제가 소멸하고 냉전이 찾아오면서 질서가 크게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냉전으로 한국과 북한이 갈라지고 동아시아가 체제 갈등의 장이 됐고, 이는 결국 '동아시아 없는 동아시아' 혹은 '반쪽짜리 동아시아'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윤 교수와 쑨 연구원은 모두 동아시아에 남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제거해야 동아시아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쑨 연구원은 "냉전 사유를 뛰어넘어 동아시아의 절단된 역사에 대해 총체적 분석을 해야 한다"며 "냉전 속의 일방적 틀에 의지해서는 근대 이래 동아시아의 복잡한 구성관계를 효과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조언한다.

윤 교수도 이제는 '동아시아인의 동아시아'를 구축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내의 공통된 역사기억을 만드는 한편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동아시아인가 = 글항아리. 김민정 옮김. 688쪽. 3만2천원.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 = 책과함께. 352쪽. 1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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