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국민예능 MBC '무한도전'이 지난달 31일 끝났다. 무려 4725일, 13년 만이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된 '무모한도전', '무리한 도전'을 지나 자리 잡았다. 총 615회가 방송됐다. 많은 감동을 줬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오랜 팬 중 하나다. 고등학생 때부터 30대가 된 지금까지 함께했다. 한 번도 빠짐없이는 아니지만, 거의 다 챙겨봤다. 그러기에 이 친구 같은 예능의 끝이 괜찮을 리 없다. 마지막 방송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정말 즐거웠다. 많이 웃었다. 무한도전은 색다르게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다. 기존 예능의 포맷에서 벗어난 '혁신'이었다. '무한상사', '정총무가 쏜다', '농촌특집',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무인도 특집', '명수는 12살' 등 많은 레전드를 남겼다. '드라마 이산-보조출연 특집'은 역대 최고 시청률인 30.4%를 기록했다. '토토가' 시리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터보, 조성모, S.E.S., 지누션, 김현정 등 90년대 가수들을 소환했다.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와 HOT의 재결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추억을 선물한 셈이다. 많은 스타들도 거쳐갔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포함됐다. 표도르, 앙리, 샤라포바, 커리, 파퀴아오, 잭블랙 등이 출연했다.

그저 웃기기만 하지 않았다. 울리기도 했다. '롱런'의 이유다. 13년간 달력, 각종 음원 수익 등 63억 원을 기부했다. 생각도 하게 했다. 하시마섬 강제 노역의 아픔이 담긴 '배달의 무도', 힙합 가수와 함께한 '위대한 유산', 도산 안창호를 재조명한 'LA특집' 등에서 역사를 다뤘다. 개인적으론 '나비효과' 특집이 충격이었다. 무신경했던 '지구온난화'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대체 에너지'와 '지구 특공대 특집'도 마찬가지다. 환경을 바라보게 했다. '봅슬레이', '조정', '레슬링' 등 스포츠 특집 또한 많은 감동을 안겼다.

물론 명암도 존재했다. 前 멤버들의 잇따른 음주운전과 하차, 특정 멤버의 태도 논란도 있었다. 골수팬들의 지나친 간섭은 '시어머니'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균 이하 멤버들의 도전기는 많은 공감을 샀고, 함께 성장했다. 그래서 위로가 됐다. 한국 예능이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은 진짜였다. 토요일이 벌써부터 허전하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이 있다. 많은 걸 배웠다. 쉼표 후에, 혹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린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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