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라는 말보다 국내 유일이라는 것에 씁쓸함을 달랠 길이 없다. 전국에 단 한 곳밖에 없는 어린이재활병원. 일본 202곳, 독일 180곳, 미국 40곳. 굳이 숫자를 비교하지 않아도 이는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다.

건강보험 수가가 턱없이 낮다 보니 돈 안되는 장사에 민간이 뛰어들지 않는 것을 이해못할 일은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속도다. 전국 유일의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 중인 넥슨재단이 아이들의 처지를 보다 못해 한 곳을 더 세우겠다고 나섰다. 민간의 사회공헌에 박수를 쳐야할지 기약없는 정부에 원망을 해야할지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정부는 설계비까지 책정해놓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예산과 규모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당초 이미 진행됐어야 할 정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모는 또 다시 뒤로 밀려 정확한 일정을 기약하기 어렵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들어갈 적자를 한 저울 안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라도 그렇다면 우리의 저울은 한쪽에 지나치리만큼 기울어져야 한다.

10대 미만 비 장애아동 1명이 사망할 때 장애를 가진 어린이는 약 38명이 삶을 마감한다. 지속적인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장애 어린이만 전국 20만명에 이른다. 재활치료를 받으려는 아이들은 최대 2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기명단에만 이름을 올려도 희망이라는 것을 품을 수 있다.

수많은 꿈을 상실한 달이다. 우리는 또 한 번 이렇게 어린 생명이 가라앉도록 무기력하게 방관할 것인가.

홍서윤·대전본사 정치사회부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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