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쉼터도 못했지만 여러분은 이 여인을 도울 수 있습니다

[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5 엄마 없는 하늘 아래 - 2편
남편 폭행·협박에 지옥 같은 삶…친정부모 여의고 대전으로 도주
수술보호자로 부른 남편 칼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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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아이 넷을 데리고 도망쳤다. 남편은 매일을 술독에 빠져 살았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맞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엄마 이미정(43·가명) 씨는 사는 게 지옥 같았지만 참았다. 어린아이들에게 아빠 없는 상처를 줄 수 없어 고통을 희생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집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

남편은 집을 나가면 이 씨의 친정부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으며 아이들의 앞날도 걱정됐다. 구타의 강도는 점점 세졌고 어느새 낭떨어지 끝에 와 있었다.

이 씨는 가정폭력으로 결국 남편을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도 소용없었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으로 묶여진 공동체는 때론 어떠한 고통과 상처도 통용되는 이율배반적인 집단이 됐다. 남편을 임시방편으로 찜질방에 격리시킬 뿐 근본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남편이 다시 돌아오면 문 열어주지 마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그렇게 냉가슴만 앓다 10여년이 흘렀고 친정부모가 병으로 돌아가시게 되며 이 씨는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더는 아이들과 이렇게 살 수 없었다. 남편과 살던 남양주를 벗어나 이틀 간 구리에 숨어있다 가정폭력쉼터가 있는 대전으로 무작정 도망쳤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후 이 씨는 단칸방을 얻어 아이들과 친정아버지 부조금으로 생활하며 살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의 폭력사실을 가정법원과 경찰에 알려 그나마 매달 20만원을 양육비로 강제지급 받게 됐지만 아이 넷과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다. 아이들 모두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고, 어릴 적 받아온 충격과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소일거리라도 찾고자 한 엄마 이 씨 역시 몇 달 전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수술 당일 보호자 동의를 받기 위해 남편을 불렀지만 그런 와중에도 남편은 첫째아들 성민(21·가명) 군에게 칼부림을 시도했다.

이 씨는 “수술하는 날까지도 일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속이 무너진다. 첫째를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아직 미성년이기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아버지가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가까스로 남편에게 도망쳐 이제 한시름 놓나 했더니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니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고 덤덤히 말한다.

<4월 6일자 1면에 3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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