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축구 지도자 요한 크루이프 자서전 출간

'토털사커의 전설'이 들려주는 축구와 인생, 그리고 아약스

네덜란드 축구 지도자 요한 크루이프 자서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6년 3월 4일 네덜란드 축구 지도자 요한 크루이프가 세상을 떴다. 한 달여 전 "나는 병과의 싸움에서 2-0으로 이기고 있다"고 장담했던 '축구 전설'의 타계 소식에 팬들은 큰 슬픔에 잠겼다.

신간 '마이 턴'(마티 펴냄)은 선수 전원이 수비와 공격에 가담하는 이른바 '토털 사커'를 꽃피우며 20세기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았던 크루이프의 자서전이다.

194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크루이프는 "나의 삶은 처음부터 축구였다"고 말한다. 그는 유럽 최고의 축구 사관학교로 꼽히는 아약스 홈구장을 드나들며 축구와 가까워졌다. 10살에 아약스 유소년팀에 들어간 뒤 8번의 리그 우승과 3번의 유러피언컵 우승을 이끌었다. 1973년 세계 최고 이적료를 받고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하위권의 팀을 우승팀으로 끌어올렸다.

1984년 은퇴한 그는 아약스와 바르셀로나 FC 감독을 지내며 지도자로서도 빛나는 성과를 냈다. 크루이프는 1999년 20세기 유럽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투표에서는 펠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경기장을 장악했던 크루이프에게 승리와 성취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실패와 좌절의 순간, 큰 논란이 뒤따랐던 여러 일의 배경을 담담히 밝힌다.

1973년 아약스에서 바르셀로나 이적의 결정적인 계기는 주장직에서 밀려난 충격 때문이었다. 그는 아약스 선수들이 자신에게서 돌아선 점을 곱씹으며 "내가 가끔은 반사회적으로 굴기도 했지만 (느슨하게 운영하는 코바치 감독 대신) 나라도 나서서 문제를 지적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크루이프의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불참은 대단한 원성을 샀다. 그는 그것이 한해 전 바르셀로나의 집에서 발생한 테러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밝혔다.

그는 이른 은퇴 이후 돼지사육 사업에 멋모르고 투자했다가 실패한 일을 두고서는 "끔찍할 정도로 멍청한 짓이었다"고 자조하면서도 "축구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겪어야 했던 운명 같은 사건"이었다고 술회했다.

아약스를 이끌던 크루이프는 2015년 말 갈등 끝에 팀을 떠났다. "나는 영원히 아약스의 일부이며 아약스가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말에서는 아약스를 향한 애착이 드러난다.

책에는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도 읽을 수 있다. 그는 프로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클럽을 저 자신처럼 여기는 팬들"이라고 말한다. 축구를 점점 더 복잡하게만 만들면서 패스하기·받기·헤딩 등 단순하지만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훈련도 비판한다.

그는 자신의 축구와 인생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나는 늘 앞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에 집중했고, 종종 과거를 돌아볼 때는 오로지 실수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였다. 나는 토털사커부터 가정생활과 크루이프 재단에 이르는 모든 일에서 이 철학을 실천했다."

이성모 옮김. 328쪽. 2만2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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