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한영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롯데와 협의해 온 안면도관광지 3지구에 대한 개발 사업이 결렬됐다. 도정의 실무책임자로서 이 사업의 결실을 학수고대해 온 도민들, 특히 30년 가까운 시간을 인내해 준 안면도 주민들께 죄송함을 전한다.

안면도 개발 사업은 오래 된 우리 도의 숙원사업이다. 그 동안 수차례 외자유치 실패와 우선협상 대상자의 사업포기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러기에 지난 2016년 우리 도는 롯데와의 MOU를 체결하면서 더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겠다는 각오가 남달랐고 무엇보다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협약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신뢰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더 큰 배신감과 실망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사업무산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보여줬던 롯데의 행태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도는 2016. 7월 29일 롯데와 MOU를 체결한 이후 외국자본 유치에 시간을 달라는 롯데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지금까지 1년 8개월을 보냈다. 당초 우리 도는 안면 3지구 개발 사업을 공모함에 있어 명확한 사업기준을 알렸다. 사업지구 내 녹지는 계약 후 5년 내에 기부 채납해야 하고, 토지 매매 가격 또한 2개 감정평가 기관의 평가를 통한 가격으로 정해짐을 명시했다. 이 틀 안에서 세부세항을 협의해서 본 계약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롯데 또한 지난해 말까지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 계약 체결을 두 달여 앞두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기부채납을 거부하더니 토지 가격도 자기들이 준비한 금액이하로 무조건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거부할 경우 외국인 투자유치도 불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시켰다. 공모사업 기준이 분명 법률과 일반 상식에 의해 정해진 것인데, 롯데는 탈법과 특혜를 요구한 것이다. 이것은 이치나 법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롯데는 안면도 개발에 대한 충남도민의 열망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요구했다. 여차하면 판을 깰 것처럼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려 했다. 이것이 소위 그들의 세계에서 통하는 협상의 기술인지는 모르나 정도와 원칙을 벗어난 것임은 분명하다.

홈페이지에 보면 '함께 가는 롯데', '모든 순간을 같이 나누고, 같이 성장하는 친구'를 표방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분명한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이제 한국의 자랑스러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과거의 나쁜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적폐'로 남을 것인가, '새로운 롯데'로 거듭날 것인가 선택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롯데에게 안면도를 넘겨 줄 생각이 절대로 없다. 안면도의 진정한 친구로서 롯데는 이미 자격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제라도 충남도민들께 사과해야 한다. 충남도민을 기망하고 천혜의 관광자원인 안면도를 단순히 이익가치 측면에서 계산한 얄팍한 상술에 대하여 머리 숙여야 한다. 기업은 신의가 생명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할 때 더 큰 생명력이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앞으로 충청남도는 도민의 숙원사업이자 환황해권 관광의 중심이 될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더욱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다. 도민의 지혜와 힘을 믿고 어떠한 역경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안면도 개발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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