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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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해서 몰랐네, 할아버지의 내리사랑…영화 '덕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일흔 살 덕구 할아버지의 하루는 바쁘다. 손주인 일곱 살 덕구와 다섯 살 덕희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지어 먹인 뒤 유치원에 데려다준다.

그 사이 갈빗집 불판을 닦고, 공병을 수거하는 등 허드렛일로 한푼 두푼 모은다. 자신을 돌볼 새는 없다. 양말은 구멍이 나 엄지발가락이 삐죽 나오고, 슬리퍼는 너덜너덜해져 겨우 발등만 지탱할 뿐이다. 유치원에서, 한글학교에서 돌아온 손자들을 씻기고, 저녁밥을 해먹인 뒤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을 재운다.

할아버지는 그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손주들을 돌본다. 그러나 엄마의 빈자리를 온전히 대신하지는 못한다. 돈가스를 먹고 싶고, 로봇 장난감이 갖고 싶은 덕구는 나물 반찬에, 장난감 대신 뻥튀기를 사 오는 할아버지가 야속하기만 하다. 할아버지가 쫓아낸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괜한 심통을 부린다. 엄마가 보고 싶은 덕희도 때때로 이상행동을 보인다.

영화 '덕구'는 담백하면서도 낯익은 문법을 따라간다. 새롭지 않지만, 큰 울림을 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가슴앓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이 젖어온다.

사실 할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사망보험금을 받아 몰래 쓴 며느리를 집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삶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세상에 남겨질 손주들을 위해 특별한 이별 선물을 준비한다.

영화는 조손가정과 다문화 가정, 위탁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다. 평화로운 농촌의 팍팍한 현실을 짚으면서도 어린이, 노인, 외국인 며느리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이 작품에서 악역은 한 명도 없다. 마을 사람들은 처지가 딱한 덕구 남매를 가족처럼 보듬는다. 쫓아냈다고, 아이들을 두고 집을 떠난 며느리에게도 남모를 사연이 있다.

자극적인 설정이 없는 건강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적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극을 뺀 공백은 배우들이 오롯이 채운다.

덕구 '할배' 역을 맡은 이순재의 연기는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손주들을 '똥강아지'라고 부르며 예뻐할 때, 손주들의 투정을 흐뭇한 미소로 받아줄 때,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던 할아버지가 있을 뿐이다.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덕구역의 정지훈, 연기 경력이 전무한 박지윤, 두 아역배우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성 연기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장광, 성병숙, 차순배 등 중견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도 극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8년 동안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뒤 데뷔한 방수인 감독은 "가족애를 그리고 싶었다"면서 "영화를 본 뒤 내가 닮아가는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를 보내는, 그런 작은 기적의 순간을 꿈꿨다"고 말했다. 4월 5일 개봉.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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