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춘삼월 얼굴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에 봄이 성큼 다가오는가 싶더니 겨울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듯 꽃샘추위가 휘몰아쳐 우리의 심신을 다시 움츠리게 한다. 필자도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막내와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다 보면 등굣길 어린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은 작은 몸에 큰 가방을 메고 가는 모습이 아직은 낯설어 보이고,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는 아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우며 가는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꿈꾸며 등굣길을 재촉한다.

또 6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선택받기 위해 예비후보들은 사거리마다 각자의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점퍼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아침 인사를 한다. 새벽부터 몇 시간씩 인사하는 게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이름을 마주하며 어떤 사람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금 각 후보들은 밖으론 시민들을 찾아가고 안에선 정책을 만들기에 분주해 보인다. 이번 선거는 각 후보마다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온 오프라인 소통의 창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지도 26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협약 이행에 대한 심의가 세 차례나 있었고, 개선이 시급한 사안들에 대한 권고사항도 이어졌는데 특히 아동의 참여권에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해 왔다. 아동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결정과정에 아동의 의견이 고려되도록 법 개정 및 교육과 정보 제공,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할 것을 권고한 바도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2조는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절차에 직접 또는 대표자를 통해 진술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아동 참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기를 발달과 성숙의 과정에만 초점을 두고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아동정책은 대부분 아동들의 생존·보호·발달권 보장에 치우쳐 있고 아동의 참여는 배제한 채 성인의 관점만이 반영돼 아동이 원하는 정책보다는 관리나 통제가 편하고 예산이 적게 드는 정책이 주가 됐다.

정부의 모든 결정은 아동들의 삶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아동들이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주지 않았고, 표가 없다는 이유로 정책 입안자들은 주요한 결정을 할 때 아동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거나 진지하게 듣고 반영하려는 노력도 부족했기에 우리나라 아동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최근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친화도시를 선포하여 아동정책 및 아동복지 예산과 아동들의 참여를 확대해 가는 모습은 아동복지의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 후보들은 '무엇이 아동들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고, 어떻게 개선해야 아동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지!'를 미래세대인 아동들의 행복을 위한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 민간 NGO는 아동들의 참여권이 잘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아동 정책 제안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아동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 제안을 위해 오는 4월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2018 대전 어린이 300인 원탁회의’를 개최한다. 5개구를 대표하는 300명 아동들이 ‘어떻게 해야 아동이 행복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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