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는 어제 선거제도개혁·정부형태·사법제도·헌법재판제도를 끝으로 3일간의 대통령 개헌안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건 예고된 대로 과연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는 국회 차원에서의 여야 개헌 협상 가능성이다.

개헌을 둘러싼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방문, 여야 지도부에 대통령 개헌안을 전달하고 설명에 나섰으나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이를 거절했다. 야권은 대통령 발의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문재인표 관제개헌안'이라고 폄하하고 국민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아 절차상 위헌의 소지도 있다고 주장한다.

개헌 내용 가운데 각 정당의 정강 및 이념에 비춰 여야 간에 시각차가 워낙 뚜렷한 대목도 수두룩하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을 싸고 이견이 팽팽하다. 여권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전제 조건으로 '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놓고 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축으로 막판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정치권의 진정성이 문제다. 정국 주도권 쟁취를 위한 한판 승부를 펼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금도까지 깨버리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배경을 하나씩 반추해보면 그 인과관계는 뚜렷해진다. 국민들이 더 잘 안다. 리얼미터 설문조사 결과 '국회의 개헌 의지가 약하며, 개헌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므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59.6%를 차지한 반면 '야당에 개헌 무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략적 시도이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8.7%로 집계됐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대통령 발의가 현실화될 경우 여야 간 첨예한 대립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오는 5월 초까지 국회 개헌안이 합의만 된다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한다. 국회 주도로 개헌안을 마련하는 게 정도다. 여야가 모든 걸 내려놓고 개헌 협상에 나서는 것이 옳다. 개헌 시기와 내용이 핵심이다.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도 눈앞의 정략적인 이익에 눈이 어두워 국민을 외면한다면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