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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심 청주시 상당보건소장


어쩌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13년 연속 자살률 1위를 차지하는 것일까. 한 해 동안 1만 3092명(2016년 기준), 하루 평균 36명이라는 높은 자살률은 높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며 가정의 근간을 흔들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의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세우고 인구 10만명 당 26명에 달하는 자살률을 2022년까지 17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때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이웃나라 일본도 1990년대 큰 경제불황을 겪으면서 자살률이 큰 폭으로 치솟아 2003년 3만 4227명(인구 10만명당 27명)을 기록했고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 연속 3만명이 넘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역시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큰 문제였기에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자살종합대책을 세워 총리 직속으로 자살대책추진본부를 만들었고 건강보험을 적용해 고위험군, 자살 시도자들을 밀착 관리했다. 그 결과 2010년대 이후부터 점차 자살률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6년 2만 1897명(인구 10만명당 18.9)으로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청주시도 인구 10만명당 30.8명(2016년 기준)의 자살률을 2020년까지 26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시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gatekeeper)'를 양성하고 자살고위험군 사례 밀착관리, 치료비 지원, 1대1 멘토링 연계, 자살 유가족을 위한 상담·자조모임, 생명사랑 캠페인 등 대응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책은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바로 자살을 부르는 고독과 생활고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자살자·자살시도자들은 공통적으로 ‘고독’을 호소하며 자신의 고통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실직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거나 저렴한 주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 지역 병원과 연계해 고위험군의 질병 치료를 지원을 하고, 교육기관과 함께 자녀교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살의 징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엄청난 파급효과가 따르는 자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언어적, 비언어적인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자살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유서를 쓰고, 자신의 소지품을 나눠주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를 마주할 땐 청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만 하면 전문인력들이 돕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과 생활고, 질병, 가족관계, 사회와의 단절 등 고위험군으로 나타난 대상자에게는 우선적으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3무(자살, 굶주림, 고독), 2유(돌봄, 가족) 정책이 필요하다. 다시말해 생명-복지-안전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 보건소에서는 연결고리의 일환으로 공무원·직장인을 대상으로 ‘힘내요! '직장인', 함께해요! 생명사랑’이라는 생명지킴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직장 내 생명사랑 분위기 조성을 위한 간부 공무원의 교육도 필수로 계획하고 있고 불안정한 거주지의 취약계층을 발굴, 지지체계를 형성해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통반장, 주민센터 동장·면장의 협조를 얻어 취약지역의 이·통장을 게이트키퍼(생명지킴이)로 양성하고 있다.

자살률 1위, 오명을 벗기 위해서 국가에서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 예산, 관심 등 장기적인 시도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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