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충청투데이 대전본사 정치사회부장

데자뷰(deja vu·기시감·旣視感)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나 처음 본 인물, 광경 등이 이전에 언젠가 경험했거나 보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을 의미한다. 분명히 처음 가본 곳에서 처음 접하는 광경이 마치 과거 언제가 겪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이 현상을 사람들은 누구나 가금씩 경험한다.

최근 대전시티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문득 데자뷰를 느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1997년 대전지역 축구저변 확대를 위해 창단한 대전시티즌은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01년 FA컵 우승으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인해 두 차례 시민주 공모를 거쳐 2006년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매 시즌 성적은 부진했고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의 중도낙마가 거듭됐으며 2부리그로 강등돼 수년째 1부리그 승격과는 먼 길을 걷고 있다. 선수단의 부진과 함께 구단 프런트의 아마추어 행정은 팬들의 불만을 샀고 결국 수많은 팬들은 대전시티즌에 등을 돌렸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낙하산 사장’ 임명은 늘 잡음을 만들어냈고 구단운영에 특정인들의 이권이 개입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늘 뒤따랐다.

물론 그 와중에도 대전시티즌의 부흥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했던 사장과 감독, 프런트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대전시티즌의 현실은 1부리그도 아닌 2부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사장 선임과 감독 선임, 직원 인사, 선수단 구성 등 모든 운영에서도 각종 잡음이 빚어지고 있고 팬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선임 전부터 사장과 감독은 내정설이 불거졌었고 코칭스테프와 특수관계에 있는 선수 계약, 감독과 특수관계에 있는 에이전트, 이를 감독해야할 대전시까지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참고 있던 선수단 사이에서 사장과 특정 에이전트의 월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이를 수습해야할 대전시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수단의 정상적인 경기력을 기대할 수 없다.

대전시티즌이 겪고 있는 잡음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 현재 대전시티즌 사장은 선수단을 지휘하던 감독이었고, 당시 감독이 주변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입했던 선수는 감독이 돼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각종 잡음을 빚었던 특정 에이전트도 다시 구단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대전시 역시 당시 시티즌 운영을 지원하고 조율하던 담당계장이 담당과장을 거쳐 현재 담당국장을 맡고 있다.

대전시티즌을 바라보면서 데자뷰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10년전 당시 대전시티즌 감독은 성적부진과 특정 에이전트 관련 잡음으로 중도하차했었고 감독이 영입했던 그 선수 역시 씁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났었다. 구단 프런트의 젊은 직원들도 상당수 구단을 떠났고 많은 팬들도 등을 돌렸었다.

사실관계를 떠나 지금 현재 대전시티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잡음만 놓고 봐도 충분히 ‘옐로우카드’ 감이다. 아직 애정이 남아 있는 열성팬들을 위해서라도, 10년전 불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전시티즌이 팬들로부터 ‘레드카드’를 받는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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