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종선 대전과기대 교수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높은 교육혜택으로 모바일·SNS 등 정보기술 활용에 익숙하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며,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게임을 하면서 과제를 하는 등 일명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능하다. 또 건강과 생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이전 세대와 달리 소유보다는 공유를 추구하는 편이다. 특히 이들 밀레니엄세대는 일만큼이나 자신의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일명 '워라벨 세대'로서 우리나라도 폭넓은 인구층을 형성하고 있다.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러스(Work-and-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용어다. 먹고 살기 바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됐던 과거 세대들에겐 다소 낯선 개념일지 모른다. 워라벨 세대는 열심히 일해 부와 명성을 쌓는 것보다 업무시간 내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고 정시 퇴근한다. 개인의 여가시간을 중시하며 취미생활을 하거나 퇴직을 위한 준비를 하는 등 사생활을 중요시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향하고 돈보다 스트레스 제로를 추구하며, 일 때문에 자기 삶을 희생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적당히 벌면서 잘 살기를 희망하는 워라벨 세대의 사고(思考)는 바로 노동시간과 직결된다.

2017년도 OECD 국가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멕시코 2246시간에 이어 대한민국이 2113시간으로 세계 2위다. OECD 국가 중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과 비교시 년평균 4개월을 더 일하는 반면 임금은 7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거 독일 고용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경직된 노동시장,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유럽의 병자(sick of Europe)'라고 평가받았으나, 고용시장 개혁 이후인 2006년부터 지속적인 고용지표의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고용시장의 호조세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해고보호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규제 완화, 미니잡 등 다양한 고용형태 창출 그리고 실업보험제도 개편,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유도를 통한 고용시장 유연성 증대, 근로유인 강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어 글로벌 금융위기시 최악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OECD 등에서는 이를 '고용시장의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고용시장의 유연화는 세계 '제1화두'다. 스페인 정부는 기업 내부유연성과 단체협약 시스템, 해고규약 등에 대한 포괄적 개혁으로 1년간 해고규제에 자유로운 무기근로계약 도입 및 시간제 근로자 사용 유인을 강화하여 노동시장 효율성의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2012년 노동개혁 이후 해고절차 완화와 세제혜택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개혁 법안으로 고용환경이 개선되었으며, 실제 지난해 정규직 신규채용은 전년 대비 46.9%나 늘었으며 청년실업률도 38%까지 낮아졌다. 프랑스 정부는 '노동시장 경직화'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해고 요건과 근로자의 노동시간·임금체계 관련 요건을 완화하는 고용안정화 협약을 통과시키는 등 법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과 가장 유사한 고용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은 최근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한 기업들이 인재를 붙잡기 위해 법정기한을 채우지 않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기업으로선 인건비 부담을 감수한 선택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이분법적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신규로 진입하는 워라벨 세대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노력하고 있다.

2018년도 봄, 우리나라는 실업률과 고용 안정성, 기업 운영비용 절감, 노동자들의 사회복지, 기본생활권 보장 등 수많은 의제들이 긴밀하게 엉켜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으며, 고용시장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위한 각계의 타임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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