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로비를 오가고 있다. 22일 삼성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이한다. 연합뉴스
삼성이 22일 총수 부재 속에서 '우울한'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이날 별도의 창립 기념식 없이 사내 방송을 통해 '삼성 80년사(史)'를 기록한 특집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직원들에게 방영하는 것으로 기념행사를 대신했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 최근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지연과 함께 잇단 검찰 수사 등에 따른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조용한 80주년 기념일'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의 실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은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38년 3월 1일 대구에서 시작한 '삼성상회'를 모태로 한다. 당시 청과물과 건어물을 파는 무역업을 했던 삼성상회의 후신은 현재의 삼성물산이다. 원래 3월 1일이 창업기념일이었지만 1987년 총수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이듬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창립기념일을 3월 22일로 바꿨다. 삼성은 1953년 제일제당을 세우며 상업 자본에서 산업 자본으로 변신한 뒤 1960년대 금융,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전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산 역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금은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등에서 전세계 1위 기업의 자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했다.

창업 당시의 삼성상회는 자본금이 3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2개 삼성 계열사의 자산은 총 363조2178억원(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공정자산 기준)에 달했다. 물가 차이를 배제하면 80년만에 100억배 이상 키운 셈이다. 임직원 수는 창업 때 40명에서 지금은 약 50만명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만 국내 10만명, 해외 20만명 등 약 30만명에 달한다. 16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 총액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489조836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30%를 넘는 비중을 차지했고,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만 해도 약 4분의 1에 달한다

삼성의 80년 역사에서 총수들은 모두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수사를 받는 '수난'을 겪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의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뒤 이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2005년 삼성 임원진의 정치권·법조계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한 이른바 'X파일' 사건, 200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수감된 후 1심 실형 선고에 이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지난달 풀려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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