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소방본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동행해보니…상습 교통정체 11㎞ 구간서 진행
안비키는 차량·불법주·정차… 지연, “소방차 늦으면 피해는 가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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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대전소방본부에서 진행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동행해보니 곳곳에서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진=홍서윤 기자
21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일원에서 긴급출동을 알리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도로에 울려퍼졌다. 이날 대전소방본부는 대전남부소방서에서 산성네거리, 서대전네거리역, 도마네거리 등을 거쳐 다시 중부소방서로 돌아오는 11㎞ 구간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진행했다. 이 구간은 평소 시내 상습교통 정체가 야기되는 곳이다. 소방본부는 재난현장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119종합상황실의 최초 지령에 따라 지휘차를 필두로 펌프차, 물탱크차, 구급차 등이 줄지어 목적지로 출동했다. 소방차가 지나가는 동안 출·퇴근시간대가 아니었던만큼 도로가 혼잡하지 않아 이동이 크게 지체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훈련 과정에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서도 비켜주려는 차량은 볼 수 없었다. 실제 출동상황이라면 이러한 차들로 인해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을 수분 뺏겨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정수 소방교는 “(차들이 비켜주지 않는다면)역주행을 해서 앞질러 가는 수밖에 없다. 차들이 정차만 해줘도 감사하다”며 “그래도 소방차는 크기도 크고 불 끄러 간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대체로 잘 비켜주지만 구급차의 경우 긴급하지 않은 일반구급차로 생각하고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차가 근처에 다가와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 이동을 요구할 경우 앞선 차량은 좌·우측으로 비켜서야 한다. 무조건 차량을 이동하면 자칫 소방차의 진행경로와 겹칠 수 있기에 일단은 천천히 서행하면서 지휘차의 요구사항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이밖에도 소방차의 통행을 방해할 요인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소방차는 출동시 대개 1차선으로 진입하는데 주요 갓길에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계획대로 이동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불법 주정차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됐었다.

이 소방교는 “주정차 단속을 할 수는 있지만 긴급하게 출동하는 경우 혹시라도 더 시간이 소요될까 우려돼 그냥 소방차가 다른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 소요시간은 22분쯤. 왕복주행에 훈련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이미 생명을 살리는 5분의 골든타임은 훌쩍 지나버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재난현장에 소방차 도착이 늦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족과 이웃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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