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문경주 충남도 기후환경녹지국장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국가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랜 과거부터 제도적으로 물을 관리해 왔다. 청동기 시대에는 이미 벼 재배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수리기술이 발달돼 있었다. 삼한시대는 저수지와 보(洑)를 축조했고 삼국시대에는 오늘날의 댐인 제언(堤堰)이 축조됐다. 고려시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물을 관리하는 기구가 설치돼 치수 정책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는 농사를 중요시 여기게 되면서 물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로 수리 시설의 관리에도 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현재도 물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의 하나다.

충남지역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2012년 104년만의 최악의 가뭄이후 2015년부터 매년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해안지역은 모내기철에 물이 부족해 아예 모내기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있었고 겨우 모내기를 한 간척지의 논은 염해로 빨갛게 타들어 갔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식수 부족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제한급수까지 시행되는 등 모든 도민이 그야말로 매년 '갈증'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가뭄이라는 고통의 자연현상을 겪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충남의 생활 및 공업용수 사용량은 총 115만4000㎥/일로 이 중 72.6%를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다. 물 자급력이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서해안지역의 50만 인구와 4개 화력발전소의 용수를 보령댐 한 곳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가뭄에 더욱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령댐 도수로'를 통해 생활용수를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1일 11만 5000㎥씩 공급하고 있고, '예당저수지 도수로'는 농업용수를 금강에서 예당저수지로 1일 21만 8000㎥씩 공급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작년과 올해 가뭄극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는 그나마 작년보다는 물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보령댐 저수율만 보아도 작년에 8.3%까지 떨어졌던 저수율은 최근 28.8%까지 상승했으며, 도내 저수지의 평균저수율도 90%를 상회하고 있어 모내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령댐 저수율이 예년대비 74%로 만일의 가뭄에 대비해 지금부터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단기대책은 '공공기관 및 도민 물 절약 생활화', '보령댐 도수로 계속가동', '급수체계 조정', '비상관정 등 가동준비', '비상급수 체계점검', '가뭄대책사업 마무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항구적 가뭄대책으로는 생활·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충남서부권 광역상수도사업', '대청Ⅲ단계 광역상수도','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사업', '시군 자체수원 확보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아산호-삽교호-대호호 수계연계사업', '다목적 용수개발 및 수리시설 보수·보강사업'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항구적 가뭄대책사업이 완료되는 2024년에는 충남 서해안지역의 반복되는 가뭄은 사라지고 도민들의 물 걱정은 좀 덜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정책이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상수도 보급이 확대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물이 당연하게 여겨져 물에 대한 소중함을 점차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가 풍족하게 누려왔던 물 쓰는 습관을 반성하고 아껴 쓰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가정에서부터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도민들의 참여 없이는 가뭄극복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정부의 물에 대한 정책도 공급자 위주의 정책에서 이제는 소비자 위주로, 물 소비패턴 변화의 관점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충남도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빗물 이용', '지하댐 건설 사업' 등 수원을 다양화하는 사업에 주력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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