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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성추행 의혹으로 대학 교수와 배우였던 50대가 자살했다. 또 다른 교수도 같은 의혹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태는 전염성 자살인가. 아니 '동조 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 자살'이다. 사회 저명인사나 연예인,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자신도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사람과 비슷한 심리적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그 사람과 동일시해서 그 사람의 자살을 따라 하게 된다.

이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 한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가 지난 1774년 출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유래됐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로테를 열렬히 사랑했다. 그녀는 약혼자가 있었다. 베르테르는 로테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깊은 실의와 절망감에 빠졌다. 실연의 고통을 참지 못해 끝내 로테와 추억이 깃든 옷을 입고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엉뚱하게도 자살이 급증했다. 자살자 대부분은 소설 속 베르테르처럼 사랑의 실패로 실의에 빠진 청년들이다. 심지어 동조 자살자들은 베르테르가 입었던 옷 그리고 자세 등 당시 자살상황을 그대로 재연했다. 각자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절망하며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마치 자신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오죽 자살자가 증가하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동조자살을 막기 위해 책 발간이 일시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베르테르가 자살한 뒤 200년이 지나 1974년 미국 사회학자 필립스(David Phillips)는 이 같은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했다. 20년 동안의 자살 연구를 통해 유명인의 자살이 언론 등에 보도된 뒤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삼성(三性) 추문 때문에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미투 운동이 거세지는 추세에 '나 떨고 있니'라고 자문하는 인간들. 자수해 광명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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