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찾기·드라마 보기 등 소비자 선호 이색카페 등장
족욕·안마·만화·애견카페, “막막한 현실 하나의 선택”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갈한 향의 셔츠를 입는 것’, ‘부스럭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이불 속에 들어오는 것.’ 이는 일본의 유명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수필집에서 자신만의 ‘소확행’(小確幸)을 표현한 말이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개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작은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상황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 영업직인 A(30) 씨는 실적 압박 등으로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하다. 매일 되풀이 되는 그의 일상 중 하나의 작은 즐거움은 ‘점심’이다. 그는 매일 점심식사 30분 전 인근 지역의 맛집을 찾아본다. 그는 그렇게 찾은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하루를 버틴다.

#2. 40대 주부인 B(43) 씨는 한창 크고 있는 아이를 신경쓰고 남편을 출근시키며 가사노동까지 병행하는 등 하루가 짧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가족 모두가 외출했을 때 보고 싶었던 혹은 볼 수 없었던 드라마들을 케이블방송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로 보는 것이다.

#3. C(32) 씨는 주말마다 여자친구를 만난다. 여자친구도 타 지에서 직장생활을 해 보기도 어렵고 서로 바쁜 상황이라 지쳐있을 때가 많다. 그는 여자친구와 종종 만화카페, 안마카페를 간다. 부담되지 않는 비용과 개인 공간도 마련되고 커피는 물론 식사와 안마, 심지어 수면까지 할 수 있어 자주 데이트장소로 삼는다.

'소확행'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사회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소확행’과 다양한 사회현상이 맞물려,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이색 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운영되고 있다.

청주에서는 안마카페를 비롯해 족욕카페, 만화카페, 애견카페 등 '소확행' 열풍을 타고 생겨난 카페들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힐링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0%에 달하는 청년실업률 증가와 장기적인 경제 불황을 이유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취업, 내 집 마련, 결혼 등의 훗날의 큰 행복에 대한 희망이 예전에 비해 크게 작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큰 행복보다 자주 느낄 수 있는 작은 만족감을 젊은 세대들이 늘고있다고 진단한다.

김성태 청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선호하고 느끼는 만족감이 사회와 함께 변화하고 있다”며 “내 집 마련, 자동차 구매, 결혼 등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바로바로 만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대치 역시 낮아지고 있어 결국 적은 비용으로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는 어찌보면 현재상황과 자신의 현실에 맞추어 타협하는 것일 수 있고, 막막한 현실 속에 젊은 세대들이 찾아낸 하나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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