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애 충북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날씨에 봄꽃은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분주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는 꽃을 마주할 생각에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설렌다. 모두가 희망에 부풀게 되는 3월인데도 돌아올 수 없는 이를 그리워하는 분들의 가슴은 더 먹먹해진다.

다가오는 3월 넷째 금요일은 '제3회 서해수호의 날'이다. 이날은 제2연평해전(2002년)·천안함 피격(2010년)·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등 서해를 수호하다가 고귀한 생명을 바친 55 용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로 2016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됐다.

3월 넷째 금요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서해수호 55용사의 유가족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뜻깊은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아들을 또는 남편을 잃은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을 가슴속에 묻은채 내가 아닌 우리 더 나아가 국민들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합의에 따라서 용사들이 전사한 날이 아닌 특정일을 정하는데 동의했다.

이분들이 보여준 통합의 메시지는 이것만이 아니다. 55용사들은 계급이 서로 달라 각각 장교묘역과 사병묘역으로 구분해 안장할 수 있음에도 동일 사건은 한 묘역에 모실 수 있도록 유족들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오늘날 호국정신이 살아숨쉬는 구심점을 만들어줬고, 천안함 46용사를 구조하다 한주호 준위가 전사하자 더 이상의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슬픔을 억누르고 수색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사랑하는 아들을, 남편을 가슴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간 유가족들. 전쟁이 아닌 평시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참담한 심정이야 세월이 흘렀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목숨바쳐 지켜낸 가치와 정신이 국민들에게 잊힐까봐 유가족들은 두렵다고 말한다.

이러한 걱정에 응답이라도 하듯 대전의 한 봉사단체는 부모와 자녀가 손을 맞잡고 매주 일요일마다 국립대전현충원 내 서해수호 55용사 흉상부조상에 찾아와 참배하고 부조상을 돌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활동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의 공훈에 보답하는 일은 특정인의 보여주기식 행위가 아니라 전 국민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서해 NLL교전에서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55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기에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서해수호의 날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토수호 의지를 다지는 날로 널리 인식돼야 하며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망각이나 소멸이 아닌 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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