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김해림
10여년 전 일본작가 후지와라 토모미가 쓴 '폭주노인!'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우리보다 고령사회가 일찍 시작된 일본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령사회의 빛과 그림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패러다임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요지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의 '구(舊)노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新)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조급하고 충동적이며 폭력에 의존하고 막무가내여서 폭주노인으로 부른다. 저자는 정보사회가 몰고 온 인간관계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결국 늙어가는 신체적 불편에 짜증과 분노, 소외감을 터뜨리면서 폭력적으로 변해간다고 분석하였다.

역시 일본작가 후지타 다카노리의 '과로노인'이라는 책을 최근 읽었는데 이 저술에서는 폭주노인의 위험성보다 훨씬 폭발력이 있고 광범위하면서 근본적인 현안으로 대두된 노인 빈곤의 실상과 전망을 피력하고 있다.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류노인'들로 내몰리고 있는데 젊은 시절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이 노후 생존을 위하여 더 낮은 질의 일자리에서 혹사당하다가 병들고 고립되거나 과로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우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야기되는 특정 사회현상이 우리에게 일어나려면 일정 기간 시간적 간격이 있었지만 이즈음 노인 문제에 있어서는 곧바로 접속되는 상황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노후 준비가 잘 되어있는 기득권층이라하더라도 나와 내 가족의 미래는 걱정 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넘어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점으로 이미 사회전반에 파급된 '과로노인', '하류노인' 문제에 대한 여러 층위의 구체적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 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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