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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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직시하고 이겨내는 방법…영화 '해피 어게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빌(J. K. 시몬스 분)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빠져 있다. 수업이 끝나면 멍하니 앉아 있기 일쑤다.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서 급하게 이사를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내는 마음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로도 이겨내기 버거울 만큼 우울증은 깊다.

아들 웨스(조시 위긴스)는 빌에 비하면 덤덤해 보인다. 아빠와 아픔을 공유하지만,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나란히 앉아 엄마와의 추억을 돌이켜보는 빌과 웨스는 부자라기보단 친구 같다. 그런 웨스의 아픈 마음은 때때로 둑처럼 무너진다.

'해피 어게인'은 슬픔을 이겨내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해결책보다는 그 지난한 과정에서 오는 또다른 고통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슬픔을 가진 관객이라면 적잖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명쾌한 해법을 기대했다간 좌절할 수도 있다.

영화는 누구나 각자 마음 속에 슬픔을 갖고 있으며, 그 슬픔을 직시하는 것만이 그나마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슬픔의 원인이 다를지라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고 조언한다.

프랑스어 교사 카린(줄리 델피)과 웨스의 학교 친구 레이시(오데야 러시)가 빌 부자와 슬픔을 공유하며, 이겨내도록 서로 돕는 조력자다. 카린은 실패한 결혼생활로, 레이시는 이혼을 준비하며 날선 말들을 쏟아내는 부모 때문에 슬프다. 빌과 카린의 데이트는 연애감정뿐 아니라 슬픔을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웨스와 레이시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카린은 언제나 예민하고 슬퍼보이는 레이시를 따로 불러 상담한다. 물론 레이시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카린은 슬픔을 담아두기보다는 차라리 우는 편이 낫다는 걸 안다. 레이시에게는 속내를 털어놓고 눈물을 내보여도 괜찮은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웨스는 크로스컨트리를 하면서 토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슬픔을 이겨내는 나름의 방법이다. 웨스의 달리기는 고통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걸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현명한 삶의 자세와 같다.

영화는 시끌벅적한 사건 없이 인물들의 슬픔과 조금씩 변화하는 감정을 정확히 집어내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위플래쉬'의 폭군 선생으로 2015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J. K. 시몬스가 섬세한 내면 연기로 극의 균형을 잡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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