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길까 걱정 불참 선언…친목 도모 의미 변질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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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최근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Metoo)이 대학가 엠티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대학 엠티에선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했던 만큼 미투운동을 계기로 문화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4일 대전지역 대학 등에 따르면 새학기가 시작되고 대학생활의 꽃인 엠티시즌이 다가왔지만 예년과 달리 소극적인 분위기다. 미투운동을 의식한 남학생들이 1박2일간 이뤄지는 학과 엠티에서 혹시라도 가해자로 지목될까 참여 자체를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 행사를 주최하는 학생회 측의 설명이다.

모 지역대학 인문계열 학생회 관계자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대학가 SNS를 통해 학생들의 미투고백이 줄을 잇자 남학생들이 여학생과 함께 하는 일 자체를 꺼려한다”며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학기 초에 이뤄지는 학과 엠티로 참석 수요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당 학과 남학생 A(23) 군은 “엠티를 가게 되면 여동기나 여후배들과 (방은 다르지만) 하룻밤 합숙을 하게 되고 술도 마시게 될 텐데 조금이라도 꼬투리 잡히기 싫어 아예 참여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대학 엠티가 음주사고·군기·폭행·성추행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미투운동과 관련해 위험현장은 피하고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미투운동을 계기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잘못된 엠티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대학들은 이미 분위기 쇄신에 나서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에 위치한 호남대는 기존 엠티방식 대신 나눔 현장학습과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한남대 일부학과 역시 올해 처음으로 술 없는 엠티를 진행하며 건전한 대학문화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학과장 교수는 “엠티가 마구 토하는 모임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모임으로서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일을 기회로 기성세대가 얼마나 오랫동안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 그 잘못된 틀과 고정관념이 어떻게 처음 대학문에 발을 딛는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엠티 문화를 통해 전달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제 생각에 동참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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