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지난해부터 우리 기업과 경영계에서는 ‘사람 중심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이윤 및 효율성 추구와 더불어 회사 구성원의 행복과 상생을 중시하는 경영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 중 하나가 ‘워라밸’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할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워라밸을 선정했다.

경영 환경의 변화는 기업과 국가 그리고 그 구성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의 경직적이었던 조직문화를 수평적·자율적인 문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유연 근무제 지원금 도입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더욱 짙게 드리우듯이 생산성·효율성 제고 등을 통한 기업의 발전을 간과하고 삶의 질 향상만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과 구성원 모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공존하는 지혜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들으면 이러한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큰 변화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작년 11월 고용노동부에서는 일·생활 균형 우수 실천기업 12곳을 선정했는데 그 중 대전 중소기업인 쎄트렉아이가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쎄트렉아이는 안식년제를 도입하여 5년 근속 시 15일 유급휴가, 10년 근속 시 30일 유급휴가 및 1년 무급휴가를 추가로 부여하고 있으며. 성과중심 보상철학이 바탕이 된 유연한 근무 분위기로 직원의 만족도를 높여 평균 이직률은 3.9%로 중소제조업 이직률 11.3%(2015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일과 삶의 균형은 기업 제도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아닌 휴가 활성화, 성과 보상 제도 등 작은 배려와 노력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이를 통해 노사가 상생협력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기업과 개인의 환경은 분명 상이(相異)한 면이 있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더 나은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공자의 ‘논어’에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옹야편(雍也篇) 구절이 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일의 전문성을 갖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맡은 일에 충실하고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 기업과 그 구성원 모두가 윈윈 하는 보다 밝은 미래는 워라밸의 실천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한 발자국을 뗌으로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개인 삶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조직 문화의 개선과 함께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선진화된 의식 개선도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