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정광모 청주기상지청장


경칩(驚蟄)이 지나며 청주기상지청 계절관측목인 매화나무 꽃눈이 발아했다. 매섭게 차디찼던 겨울도 추억이 되고 봄내음이 코를 간질이는 시기가 온 것이다.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발랄함과 산뜻함을 생각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기상현상)이 있다. 바로 안개다. 아침 일찍 자욱한 안갯길을 차로 달려본 사람은 안개라는 기상현상이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음을 알 것이다.

안개를 뚫고 지나는 것은 구름 속을 지나는 것과 비슷하다. 안개와 구름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미세한 물방울로 이루어진 공기덩이가 하늘에 떠 있는 것을 ‘구름’이라 하고 지면에 접해 있는 것을 ‘안개’라고 부른다.

안개는 왜 봄과 함께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찬 북서풍을 불게 하던 차가운 성질의 대륙고기압은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되고 남서풍이 불며 공기가 따뜻해진다.

이렇게 따뜻해진 봄 공기는 낮 동안 강한 일사로 가열되어 더욱더 따뜻해져 기온이 많이 오른다. 그러나 맑은 날 밤에는 반대로 낮 동안 가열된 지표면이 냉각되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복사냉각에 의해 지표부근의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로 바뀌면서 안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같이 봄에 비가 내리면 지면의 수증기가 증가하고 안개도 자주 발생한다.

가시거리가 1㎞ 이하일 때를 안개라고 하는데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영상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운전자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2010~2014년)간 봄철(3~5월) 기상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안개가 낀 날 보행자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평상시보다 5.3배 더 높았다. 안개가 안전운행에 매우 큰 방해요인이 되어 치사율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안개의 약 75%이 우리가 잠자고 있는 새벽에 발생하여 해뜨기 전까지 짙어지다가 일출 후 기온이 오르며 대부분 소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안개가 집중되는 시간이 새벽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한 요인이 된다.

안개가 상습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곳은 호수, 강·하천 부근 등 수증기가 많은 곳이다. 맑고 고요한 야간에 안개 상습지역 운전 시에는 사전에 기상정보 파악하여 일정을 조정하든가 부득이하게 운전을 해야 할 때는 감속운행으로 교통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제 곧 봄을 알리는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꽃내음도 물씬 풍길 것이다.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자. 안개라는 위험한 꽃도 함께 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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