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이승식 ETRI IoT연구본부 책임연구원

1988년 태어난 G-드래곤과 1955년 태어난 스티브 잡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이며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2001년 G-드래곤은 빅뱅의 일원으로 데뷔했다. 아이돌 이면서 작곡가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완판남'이라는 닉네임으로 패션을 선도했다. 또 애플의 창업주이자 아이폰의 아버지인 스티브 잡스는 경영 철학에서 "경영은 기존 질서와 철저히 다르게"라는 표현처럼 시대를 선도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21세기 아이콘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패션이던 기술이던 선도해 나간다는 점이다. 현재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들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들의 색깔을 입혀서 리드해 가는 것을 즐기고 그 가운데 많은 업적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공통점이다.

필자는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들의 키워드인 '선도'의 개념과 기술을 접목해 보았다. 필자를 포함한 연구원들에게 있어 연구개발은 과연 이와 비추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진정한 기술선도로 세계 속에서 인정을 받고 있을까? 젊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연구의 테마 대로 새로운 연구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여건이 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필자는 이러한 질문에 긍정을 던지기 어려웠다. 새로운 연구 경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약간 부족하고 오히려 지금 유행하는 연구에 집중해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기 어렵지 않은가 라고 되묻게 되었다.

최근 ICT분야에는 인공지능(AI)과 딥 러닝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관련 분야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이러한 연구들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혹시나 선도적인 연구개발은 손을 놓고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향후 연구 경향이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시 기술선진국의 연구 결과를 답습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방증하는 결과가 있다. 먼저 휴대폰 상용화 기술, CDMA 사례다. 당시 연구진은 원천기술 개발이 아닌 CDMA를 상용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세계최초로 상용화는 되었지만 결국, 많은 특허료가 외국에 지불되기도 했다. 상용화 이후 연구계 에서는 원천 기술이 강조되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연구과제도 그 중심으로 변해갔다. 또 다른 사례가 바로 디지털TV 개발이다. 우리는 아날로그TV와 관련해 일본에 많이 뒤쳐져 있었다.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우리는 선도적으로 DTV 주파수를 먼저 할당 하고 시스템을 먼저 상용화 했다. 결국 기술 선도국 이었던 일본은 한국의 기술을 참고하게 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따라 연구의 방점이 원천기술과 상용화라는 쟁점에 번갈아 찍혀왔다. 일관된 과학기술정책이야 말로 연구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인데도 불구 아쉽기만 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원천기술 중심 기술선도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그동안 우리에게는 원천기술과 상용화 또는 퍼스트 무버, 패스트 팔로워라는 명제 앞에서 많은 고민들을 해왔다. 기술 개발의 흐름을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고 기술 경쟁력이 약해짐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만큼은 유행을 쫓기보다는 원천연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HW나 원천기술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또다시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유행하는 기술에 투자뿐만 아니라 유행하는 기술의 정반대 기술에 선 투자하고 연구하여 기술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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