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이용균 대전시 부교육감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2006년 기업이 100마일의 속도로 변하는데 비해 정부는 25마일, 학교는 10마일, 법은 1마일로 변하기 때문에,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편차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 전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100마일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우리 교육의 변화는 10마일에도 못 미치고 있다.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교재로 동일한 교육내용을 교사가 전달하면 이를 습득하는 모습은 200년전 증기기관이 발명된 1차 산업혁명 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나라가 단기간내 경제성장을 이룬 데는 이와 같이 효율적 방법으로 대규모 인력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나,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교육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데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우리 교육이 달라져야 할까. 먼저 교육내용 개편이 필요하다. 학생의 흥미나 필요와 상관없는 교과가 너무 많고 내용도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연한 두뇌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인 만큼, 개념과 원리 위주 및 현실에서 적용되는 사례 중심으로 교육내용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필수과목도 절반으로 줄이며, 나머지는 메이커교육, 예체능, 독서와 글쓰기, 소프트웨어교육, 생태교육 등 창의력, 사고력, 응용력, 인성을 배양할 수 있는 과목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는 내신과 수능 개편이다. 현재 내신은 모든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상대평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수업방식, 수업내용, 교재, 평가방법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의욕있는 교사가 새로운 교재와 새로운 수업방식(예를 들면 토론식 수업), 새로운 수업내용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결국 같은 과목을 선택하는 모든 동급생이 동일한 객관식 문제와 기준으로 시험보고 등급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들이 의미가 없게 되거나 학생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소지가 크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하나의 정답만을 고르는 5지 선다형의 수능으로는 분석과 이해, 적용, 응용, 융복합 등 고등 사고력을 키우는데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내신과 수능 모두 서술·논술형으로 개편하고, 입시위주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의 진로 개척에도 힘써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의 65%는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 우리 학생들은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고, 일생에 걸쳐 수차례 일자리와 일터를 바꿔야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이 미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자립심, 인성, 공동체역량, 대인관계역량을 키우도록 진로상담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란 말이 있다. 이는 100년동안 교육제도나 교육내용, 교육방식이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100년간 쓸 인재인 만큼 장기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교육이 구태의연한 틀에 억매여 있다면 개인이나 사회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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